[김수신의못생긴여자는없다] 홀대받던 쌍꺼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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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적인 의미에서 눈꺼풀은 눈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셔터’다.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잘 때 안구의 ‘이불’이 되고, 눈을 깜박일 때는 눈물을 각막에 고루 덮어주는 보습 기능을 한다. 이때 눈 깜박임 속도가 불과 40분의 1초라고 하니 경이로울 뿐이다.

거울을 통해 볼 수 있는 자신의 눈은 항상 셔터가 올라가 있을 때다. 그러다 보니 위로 접힌 눈꺼풀 모양에 신경쓸 수밖에 없고, 쌍꺼풀이 아닌 외꺼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성형외과를 찾는다.

왜 우리나라 사람의 상당수가 외꺼풀이고, 게다가 지방까지 두툼하게 붙어 있을까. 이는 우리의 조상이 몽고인종이라는 방증이다. 몽고인종은 시베리아에서 발원해 북방의 여러 경로를 거쳐 남쪽으로 이동해 왔다. 지방이 가득한 외꺼풀은 혹독한 추위에 안구를 보호하기 위한 ‘외투’ 구실을 하며 진화해 온 종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유전자가 만든 우리의 눈은 요즘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초상화나 미인도에 나타난 눈꺼풀 모양은 하나같이 외꺼풀에 단아하게 살짝 올라간 갸름한 눈매였다. 아마 미인의 기준이 의지가 굳고, 정조관념이 뚜렷한 심성을 반영했기 때문이리라. 실제로 당시 쌍꺼풀은 ‘바람기’나 천박함을 상징하기도 했다.

눈의 미적 기준은 근대화가 이뤄지면서 급격한 변화를 맞는다. 경제개발이 시작되던 1960년대엔 칼로 그린 듯 또렷한 쌍꺼풀의 동그란 눈을 선호하더니, 이제는 서글서글한 눈매에 가늘고 자연스러운 서구형 쌍꺼풀을 아름답다고 여긴다.

이 같은 변화는 여성의 사회 진출, 그리고 서구화와 무관하지 않다. 활발한 대인관계에서 자신의 인상을 결정짓는데 쌍꺼풀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눈은 실로 ‘마음의 창’이다. ‘눈을 부라리다’ ‘다소곳이 내리깔다’ ‘게슴츠레 쳐다본다’ ‘그윽하게 바라본다’와 같은 대부분의 심리가 눈을 통해 표현된다.

외꺼풀은 강하고, 이지적이며, 진중해 보인다. 하지만 이를 뒤집으면 고집 세고, 자기중심적이며, 답답하다는 의미도 된다. 반면 쌍꺼풀의 큰 눈은 선하고, 발랄하게 보인다. 또 예쁘기도 하다. 종래 ‘바람기’의 의미가 요즘엔 ‘섹시하다’는 의미로 오히려 ‘덕담’이 되고 있질 않은가.

쌍꺼풀 수술은 늘어진 피부를 올려 눈을 커보이게 하고, 초가집 처마처럼 처진 속눈썹을 기와 처마처럼 위로 치켜뜨도록 도와준다. 기능적으로도 눈이 편안하고, 미용 면에서도 훨씬 예뻐 보인다. 얼굴 위쪽 인상이 부드럽게 바뀌는 것이다.

쌍꺼풀이 없으면 나이가 들면서 눈꺼풀이 처져 인상이 사나워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수술을 하면 젊었을 때처럼 드라마틱한 결과를 얻기란 쉽지 않다.

성형은 단순히 예뻐지려는 여성의 사치가 아니라, 사회가 원하는 얼굴을 만들려는 여성들의 힘겨운 통과의례일 수 있다.

김수신 레알성형외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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