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의아담&이브] 최음제 찾는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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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휴대전화를 많이 쓰면 정자가 죽거나 비실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시시껄렁한 병원이 아니라 미국에서 명문으로 손꼽히는 클리블랜드클리닉에서 이 분야의 유력 학술지 ‘임신과 불임’에 발표한 연구결과다.

하루라도 성행위를 갖지 않으면 음경에 가시가 돋는다고 믿는, 자칭 ‘변강쇠’ 김모(55)씨는 TV에서 이 보도를 접하고 “도대체 말이 안 된다”고 흥분했다. 자신은 업무상 휴대전화를 거의 귀에 달고 다니는데 정력이 20대 때와 똑같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정력과 정자 건강을 착각한 것이다. 정자가 죽거나 운동량이 떨어지는 것과 정력은 별개의 문제다.

정자는 고환에서 만들어지며 1분에 2㎜씩 전진해 부고환, 정관을 거쳐 전립선 주위의 저장소에 모여있다가 요도를 통해 사정된다. 또 정액은 고환에서 2~5% 생성되고, 고환을 담는 주머니인 정낭에서 65~75%, 전립선에서 25~30%, 요도방울샘에서 1% 정도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피임을 위해 고환의 정관을 묶는 수술을 받아도 정액은 사출되는 것이다.

정자는 고환이 체온보다 1~2도 낮을 때 가장 왕성하게 생성된다. 임신을 원하는 남성이 꽉 조인 바지를 입지 않아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발기는 다소 다른 메커니즘에 따른다. 뇌의 시상하부가 성적 자극을 받아 흥분하면 이 신호에 따라 음경 동맥으로 혈액이 유입돼 스펀지와 같은 음경해면체에 피가 꽉 차 발기가 이뤄지는 것.

정력은 뇌와 음경 혈관의 건강이 가장 중요하며 1주 3회 이상 운동하고 스트레스, 술, 담배를 피하는 상식적 방법으로 튼튼하게 할 수 있다. 냉온욕이나 음경을 냉수와 온수로 번갈아 샤워하는 것도 정력을 강화할 수 있다.

술과 담배는 정력과 정자 건강 둘 다에 좋지 않다. 뇌혈관을 좁히며 고환에서 남성호르몬을 분비하는 라이디히 세포를 파괴해 정력 약화, 발기부전, 무정자증 등을 유발한다. 심하면 고환이 쪼그라들기도 한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정력을 위해 최음제를 찾아왔다. 고환을 닮은 견과류나 마늘, 음경을 닮은 바나나·오이·홍당무, 여성 성기를 닮은 각종 조개류 등이 각광받았다. 특히 아보카도는 고환을 닮았는데 멕시코 지역의 어원도 고환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독성이 강한 벌레, 호랑이나 물개의 음경을 먹었다. 정력을 위해서라면 정액과 월경혈도 마다하지 않았고 최음제를 먹고 죽는 사람도 있었다.

20세기의 제약회사들은 ‘변강쇠의 꿈’을 현실로 바꿨다. 비아그라나 레비트라, 시알리스, 야일라, 자이데나 등은 뇌가 흥분했을 때 음경 혈관을 확장시켜 수천 년 인류의 꿈을 한 알의 약에 담았다. 물론 이 약들도 정자 건강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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