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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地下교회있다-손으로쓴 성경.찬송가 本社입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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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 평안남도 숙천군의 한 농촌마을.
지난해 12월24일 저녁 5명의 북한 주민이 남의 눈을 피해평범한 농가에 한둘씩 모였다.한사람의 눈짓을 신호삼아 이들은 입술을 달싹달싹하며 뭔가를 읊조리기 시작했다.찬송가 『실로암 못가에 흰백합』이었다.찬송가를 숨죽여 부른 이들 은 품속에서 꺼낸 조그마한 수첩을 보며 성경 구절을 읽어내려갔다.이어 두손을 모으고 조그만 소리로 기도를 드렸다.이때까지 걸린 시간은 모두 20~30분 남짓.잠시후 이들은 처음 모일 때와 마찬가지로 하나둘씩 어둠속으로 사라졌다.지난 20년간 빠짐없이 드려온성탄절 예배를 올해도 무사히 드린 것이다.
종교가 말살된 북한에 지하교회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최초로 확인됐다.中央日報가 최근 극비리에 입수한 수기(手記)성경과 찬송가는 북한판 카타콤(로마시대 비밀 지하교회)실체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관계기사 5面〉 김일성(金日成)의 70회 생일인 지난 82년4월15일 북한 주민들에게 배포된 인민수첩에 빽빽이 적은 찬송가와 필사본 마태복음은 지난 50년간 북한 기독교인들이 목숨을 걸고 지하교회에서 자신의 신앙을 지켜왔음을 입증하고 있다.
북한 지하교회 실체가 구체적인 물증을 통해 밝혀지기는 이번이처음이다.
북한 선교 기관인 모퉁이돌선교회의 이삭(50)목사는 1일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17명의 진정한 북한 신도들이 논두렁이나 다락방에서 예배를 본 사실을 알고 있다』며 『현재 북한에는점조직 형태로 연결된 3만명의 기독교인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이목사는 또 『북한 공산당 간부와 인민군 장성중에도 기독교인들이 존재한다』며 『기독교 외에도 상당수 불교 신자들이 특정 지역에서 비밀리에 신앙생 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지하교회 존재 사실을 확인한 국내 기독교인들은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오류동 교회의 오명수(吳明洙)장로는 『공산정권하에서도 목숨을 걸고 신앙을 지키고 있는 북한 지하교회 실체를 직접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며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재 북한은 자신들의 대외적 이미지 개선을 위해 봉수.
칠골교회등 전시용 교회를 세워놓고 있다.그러나 북한은 지난 92년 개정된 헌법 52조에 종교의 자유와 함께 「반종교의 자유」도 명기해놓고 있어 종교 탄압을 명문화해놓고 있다.
지난 1950년까지 북한에는 1천5백30개의 교회와 4천8백명의 성직자,그리고 50만7천명의 교인이 있어 평양은 제2의 예루살렘으로 불릴 정도로 기독교가 번성했다.그러나 6.25를 계기로 상당수 기독교인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 남하 (南下)한데다 56년 이후 공산정권이 탄압을 강화함으로써 북한 기독교는 사실상 말살된 것으로 알려져왔다.
〈崔源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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