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종신고용 개념 희박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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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제1차세계대전 직전까지만 해도 체계적인 조직에 근무하는 미국노동자는 전체의 20%를 차지하지 못했다.게다가 이들의 대부분은 소규모 가내공업체에 고용되어 있었다.
그러나 50년대에 이르자 모든 선진공업국에서는 거대 조직에 소속된 고용인들이 노동인구의 주류를 형성하게 됐다.당시에 가장잘 팔렸던 책은 모든 것에 우선해 조직에 충성한 「조직원」의 비애를 다룬 것들이었다.그리고 모든 노동자들이 1990년까지는거대한 조직의 일원이 될 것이라는 예언에 대해 토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 예측은 빗나갔다.
요즘은 30년이나 40년 전에 비해 훨씬 더많은 사람들이 경제활동에 나서고 있다.그러나 조직의 정식 구성원은 점점 더 줄고 있다.그 대신 계약직이나 임시직 혹은 시간제 고용인들이 늘고 있다.
얼마전 3백여명의 명문 경영대학원 동창생들 앞에서 강연을 한적이 있다.참석자의 대부분은 30대에서 40대로 각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사람들이었다.이들 가운데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은 절반이 안됐으며 평생을 조직을 위해 일하겠다 고 생각하는사람은 거의 없었다.
최근 미국에서는 임시고용인들을 공급해주는 회사가 크게 늘고 있다.5년전 3천5백개에 불과하던 이러한 회사의 수는 지난해 7천개로 불어났다.이에따라 기존의 조직들 사이에 형성돼있던 관계도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기업이나 병원그리고 정부까지 스스로 처리해 왔던 업무의 일부를 외부 전문회사에 맡기는 「외부용역」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나타날 더욱 중요한 변화는 조직간의 협력이 경제에활력을 불어넣는 견인차 노력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소유관계가 아닌 합작관계에 의한 조직간의 협력이 점점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67년 프랑스 언론인인 장자크 세르반 슈라이버가 쓴 『미국의 도전』이란 책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었다.
저자는 그 책에서 늦어도 1990년까지는 세계경제 전체가 10여개의 거대한 조직에 의해 장악당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그리고 그 조직은 미국계 다국적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그러나그의 책이 출판돼 나올 무렵 이미 세계경제의 물결은 바뀌고 있었다.몇년이 지나지 않아 미국 경제의 성장동력은 세르반 슈라이버의 예상과 달리 중간규모의 기업으로 이전 됐다.
조직구조의 변화는 자연히 고용구조의 변화로 이어졌다.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조직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종신고용의 개념은 일본사회에서조차 희박해지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강연에서 이와 같은 조직과 고용구조의 변화를 어떤 용어로 정의해야 할 것인가를 참석자들에게 물어 보았다.처음에 나온 대답은 「자유주의형 사회」였다.그러나 결국 그들은 「네트워크 사회」라는 정의가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 는 점에 동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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