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아카데미상 11개 부문 석권…뉴질랜드 '반지 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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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질랜드에서 촬영.제작된 영화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11개 부문을 싹쓸이해 최다 수상 공동 기록에 오르자 뉴질랜드는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뉴질랜드 3대 일간지 모두 앞다퉈 피터 잭슨 감독의 수상 사진을 1면에 실었다. [오클랜드AP=연합]

올해 제76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고의 승자는 다름아닌 뉴질랜드였다.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이 작품상을 비롯, 11개 부문의 상을 휩쓸며 역대 최다 수상 공동 기록을 세우자 뉴질랜드는 그야말로 '반지의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감독상을 받은 피터 잭슨 감독이 뉴질랜드 출신인데다 영화의 촬영과 제작.편집이 대부분 뉴질랜드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영웅 환영=뉴질랜드 의회는 2일 잭슨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를 환영하는 퍼레이드를 벌이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헬렌 클라크 총리도 "잭슨 감독과 모든 제작팀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놀라운 업적에 대해 찬사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추켜세웠다. 잭슨 감독의 고향인 웰링턴시 역시 카퍼레이드 등 대대적인 공식 환영 행사를 벌일 예정이다.

언론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 뉴질랜드 헤럴드는 2일자 1면 절반을 잭슨 감독의 사진으로 채운 것은 물론 5면까지 '반지의 제왕' 특집기사를 실었다. TV와 라디오 방송들도 이날 아카데미상 수상자는 물론 그 가족까지 인터뷰하는 등 하루종일 '반지의 축제'와 관련된 특집방송을 내보냈다.

잭슨 감독과 '반지의 제왕' 스태프는 아카데미상 수상 이전에도 이미 3부작 영화의 흥행 대성공과 함께 뉴질랜드 경제를 부흥시킨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에서 호빗 종족의 마을인 '호비튼' 촬영세트가 남아 있는 마타마타 피아코시(市)를 비롯한 뉴질랜드 전역에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는데다 웰링턴이 뉴질랜드의 할리우드를 의미하는 '웰리우드'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도 효과=최근 수년간 관광객 수가 매년 3.5%씩 증가, 지난해에는 206만명에 달했다. 올해의 경우 1월에만 이미 24만명을 넘어섰으며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그 증가세가 크게 가팔라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마타마타 피아코시의 경우 고질적으로 부족한 도심 화장실 건설을 위해 시의회를 소집하기도 했다.'반지의 제왕'이 뉴질랜드 관광 산업에 안겨준 '프로도 효과'는 현재 수입만 38억달러로 추산되며 그와 관련된 신규 고용 창출 인력도 2만명에 달한다.

특히 이 영화 이후 대작 영화들의 뉴질랜드 촬영 붐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워너브러더스의 '라스트 사무라이'가 뉴질랜드에서 촬영.제작됐으며 잭슨 감독의 새 영화 '킹콩'도 뉴질랜드 제작이 추진되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도 적극적인 영화 부흥 정책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촬영하는 외국 영화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주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클라크 총리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 제작 후원을 위한 전담부서를 행정부 내에 설치하기도 했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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