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즈니스] 문화감성도 경쟁력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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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인터넷 키워드 검색 서비스업체 오버추어 코리아의 최우권(27)씨는 지난 1월 말 사내에서 직원 50명과 함께 명지대 미술사학과 이태호 교수에게 '풍속화 강연'을 들었다. 회사에서 매달 실시하는 문화 강좌의 일환이다. 이 회사는 직원들의 창의력과 감성을 키워주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매달 이 같은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디자인하우스 이영혜 대표가 '일, 삶 그리고 창의력'이라는 주제로 첫 강의를 했고, 12월에는 덕수궁 박물관 강순형 원장이 '연꽃'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최씨는 "그림 하나하나에 숨겨진 뒷이야기를 듣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 회사 윤세웅 대표는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서는 감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라며 "빠르게 변하는 인터넷 업계에서 한발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직원들에게 주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외국 기업들이 사내직원들의 문화 활동 지원에 한창이다. 음악.공연 후원 등을 통해 소비자를 상대로 벌였던 문화 마케팅을 직원들에게로 확장한 것이다. 임직원들의 문화 감성을 자극해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굴에도 도움을 주고, 직원들 간의 친목도 다지게 하겠다는 의도다.

제약회사 한국 아스트라제네카는 직원들을 위해 매달 '치어스 데이' 행사를 열고 있다. 직원들이 원하는 주제를 뽑아 임직원들이 모두 강의를 들은 뒤 직원 회식도 가진다.

지난해 11월 이미지 메이킹 강사를 초빙, 스타일 연출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12월에는 '살사 댄스 배우기' 행사를 열었다. 지난달에는' 테이블 매너 및 와인 마시는 법'이라는 주제로 특급호텔 지배인으로부터 와인 시음법을 배웠다.

물류업체 DHL코리아는 오는 5월 직원들의 '사진 여행'을 후원할 예정이다.

고양이나 안면도 등 지역 꽃박람회가 열리는 곳을 찾을 직원 30여명에게 숙박비.교통비 등을 지원해 주는 것. 직원들이 찍은 사진은 회사 내 로비와 회의실에 전시된다.

이 회사는 또 매년 4회에 걸쳐 직원들을 대상으로 문화 관련 세미나를 열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희대 이내화 교수를 초청, "변화 감별사가 되라"라는 주제로 철학 강좌를 열었다.

DHL코리아 배광우 사장은 "직원들로 하여금 바쁜 일상 속에 여유를 가지고 문화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라며 "앞으로도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기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업체 JVC코리아는 매년 가을 전직원들을 대상으로 '동경비디오 페스티벌'을 연다. 전 세계 직원들이 찍은 영상물을 일본 요코하마 공장에서 상영하는 것이다. 비디오 촬영에 필요한 모든 장비는 회사에서 지원해준다.

올해 비디오 영상제에 작품을 내놓을 예정인 이 회사 조재우 과장은 "지금부터 틈틈이 출품작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는게 업무에 큰 활력이 된다"라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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