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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렛 잇 비’…‘헤이 주드’ 스크린 수놓은 비틀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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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보다 더 비틀스 팬들의 눈과 귀를 짜릿하게 사로잡을 수 있을까.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14일 개봉)는 전설적 록밴드 비틀스의 히트곡 33곡으로 만든 뮤지컬 영화다. ‘걸(Girl)’로 시작해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즈(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로 끝나기까지 잠시도 눈을 떼기가 힘들다.

뮤지컬 영화는 대개 줄거리를 정하고 그에 걸맞은 음악을 고르거나 새로 작곡하기 마련이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정반대 길을 택했다. 반전 열기로 들끓던 1960년대 상황을 잘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되는 비틀스 노래를 고른 후 그에 맞게 이야기를 꾸민 것. 노래도 스튜디오 녹음을 덧입히지 않고 촬영 현장에서 연기와 동시에 녹음했다.

영국 리버풀 부두에서 일하던 청년 주드(짐 스터저스)는 말로만 듣던 친아버지를 찾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다. 그는 미지의 땅에서 알게 된 맥스(조 앤더슨)와 절친한 친구가 되고, 곧 맥스의 여동생 루시(에반 레이첼 우드)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전쟁은 젊은이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징병을 피하려 애쓰던 맥스는 결국 전쟁터에 다녀온 뒤 심한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고, 주드는 반전운동에 열광하는 루시에게 점점 거리감을 느낀다. 이야기만 놓고 보면 다소 평범하다. ‘렛 잇 비(Let it be)’ ‘헤이 주드(Hey Jude)’ ‘올 유 니드 이즈 러브(All you need is love)’ 등 삽입곡 33곡 또한 이야기와 매끄럽게 맞아떨어지는 것만도 아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풀어내는 이미지의 향연에 몸을 맡기다 보면, 그런 결점을 시빗거리로 삼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2002년 ‘프리다’에서 화려한 색채를 스크린에 쏟아놓았던 감독 줄리 테이머의 에너지는 여전히 왕성하다. 예컨대 ‘아이 원트 유(I want you)’와 맥스가 신체검사를 받는 장면, ‘해피니스 이즈 어 웜 건(Happiness is a warm gun)’과 병원 장면 등 입을 쩍 벌리게 하는 시청각의 결합이 풍성하다.

‘프리다’의 주연이기도 했던 샐마 헤이엑이 간호사 군무 장면에서 깜짝 출연하니 놓치지 말 것. 주요 캐릭터 이름도 비틀스 노래에서 따오는 등 잔재미가 곳곳에 숨어 있다. 제작 과정에서 폴 매카트니와 오노 요코의 도움을 받았다. 15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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