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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수염, 미 남성 패션 키워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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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달 27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미국영화배우조합(SAG)상 시상식장에 나타난 브래드 피트<右>·앤절리나 졸리 부부. [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

지난달 말 미국영화배우조합(SAG)상 시상식장에 부인 앤절리나 졸리와 함께 참석한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 멋진 수트를 차려입은 그의 얼굴엔 덥수룩한 턱수염이 자리 잡고 있었다. 피트뿐 아니다. 9일 미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은 패션 모델부터 TV 토크쇼의 진행자, 연방준비위원회(FRB) 위원까지 턱수염을 기르는 유행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미용 전문가인 존 앨런이 “인조 눈썹을 다는 여성이 많듯 턱수염이 남자들의 최고 액세서리로 자리 잡았다”고 할 정도다.

여전히 여성 3분의 2가 수염 없이 말끔한 남자를 선호한다(해리스 인터랙티브 조사 결과). 그런데 턱수염을 기르는 남자가 많아진 건 왜일까. 『다양한 턱수염의 세계』의 저자인 앨런 피터킨은 “턱수염을 기르는 건 일종의 반항 행위”라며 “체제에 순응하길 거부하는 남자가 많아졌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한 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다 지난달 10일 경선에서 하차한 그는 이후 턱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난 선거 참모들에게 반항하는 중”이라며 “지난 1년간 매일 꽉 짜인 일과를 보내다 턱수염이 생기고 나니 이제야 좀 숨을 돌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1960년대 베트남전에 반대했던 히피처럼 요즘 미국인들이 수염을 통해 이라크전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동지의식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수염을 활용하기도 한다. 각각 NBC와 CBS의 심야 토크쇼 진행자인 코넌 오브라이언과 데이비드 레터맨은 장기 파업 중인 작가들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턱수염을 기른 채 방송에 출연했다. 이달 초 미 프로풋볼리그(NFL) 수퍼보울 결승전에 진출했던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팀 공격수들은 팀의 단합을 도모하려고 면도를 자제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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