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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네이도에 137m 날아간 11개월된 아기 '기적의 생존'

중앙일보

입력

▶토네이도로 난파된 집에서 무려 150야드 떨어진 곳에서 생존한 채 발견된 생후 11개월된 카이슨 스토웰 아기를 할머니가 안고 있다. 얼굴에 약간의 찰과상만 입었다.〈AP>

미주중앙동남부 5개주를 강타한 토네이도가 할퀴고 간 현장은 참혹했다. 테네시주의 참사 현장을 수색하던 구조팀은 쑥대밭이 된 수풀 속에 흩어져 있는 온갖 파편들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 저기 장난감이 흩어져 있었다. 그 가운데 풀 속으로 얼굴을 파묻은 채 엎어진 '인형'이 보였다. 물끄러미 '인형'을 바라보던 구조대원은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형'이라고 생각했던 물체가 꿈틀하고 움직인 것이다. 가까이 다가갔다. 아기였다. 살아있는 아기였다.

테네시주 카스탈리안 스프링스란 작은 마을에서 발생한 이 '기적의 생존' 스토리가 미국을 감동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주인공은 올해 11개월 된 카이슨 스토웰이란 남자 아이. 흔적조차 남지 않은 집터에서 무려 150야드(137미터) 떨어진 수풀 속에서 발견된 것이다. 회오리 바람에 말려 올라가 이 곳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여기저기 시신이 널브러진 가운데 발견된 아기는 얼굴에 약간의 상처만 안은 채 온전했다.

아기를 발견한 소방대원 데이비드 하몬 소방대원의 증언은 극적이다.

▶극적으로 생존한 카이슨 스토웰 아기의 외할아버지인 토미 콜벳이 손자가 살던 집터를 살펴보고 있다. 아기의 엄마인 케리 스토웰은 숨진 채 발견됐다. 옆가운데사진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눈을 부비고 있는 카이슨 아기.

"벽돌과 나무와 가재도구들이 아수라장처럼 흩어져 있는 현장에서 우리는 한명의 생존자라도 더 구하기 위해 빗질하듯 인근 지역을 수색했습니다. 아기를 발견하고선 맥박을 짚었습니다. 뛰고 있었습니다. 땅바닥 쪽으로 얼굴을 파묻고 있던 아기를 안아들자 숨을 크게 들이 쉬더니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도 함께 울었습니다."

아기의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테네시·켄터키·미시시피·앨라배마·아칸사주 등 5개 주에서 현재까지 59명이 죽고 수백명이 부상당했다. 아기의 엄마도 싸늘한 시신으로 근처에서 발견됐다.

그런 사실을 알 리 없는 아기는 까만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 할아버지와 함께 CNN방송에 나와 기적의 스토리를 전해주고 있다.

아기를 진찰한 의사들은 “기적이란 말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면서 “바람에 말려 올라간 아기가 바람이 풀리면서 소프트랭딩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쑥대밭이 된 이 마을에 대피소에서 임시 예배를 이끌고 있는 도일 패리스 목사는 “이 아기는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우리가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우리가 어려울 때 이 아기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감격해 했다.

이렇듯 카이슨 아기의 기적적인 생존 스토리는 이번 토네이도로 모든 것을 다 잃고 절망에 빠져 있는 피해 주민들에게 큰 용기를 전해주고 있다.

한편 재난 현장엔 주방위군이 투입돼 치안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복구작업이 검토되기 시작됐으나 워낙 피해가 크고 피해 지역이 광범위해 관계당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USA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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