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00 대 902' 힐러리-오바마 끝까지 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민주·공화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의 최대 관문으로, 24개 주(민주당 22개 주, 공화당 21개 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실시된 '수퍼 화요일’인 5일 민주당 힐러리 상원의원은 대의원이 많이 걸려 있는 캘리포니아·뉴욕 등 대형 주(州)를 비롯, 8개 주에서 승리했다. 전체 대의원 확보 경쟁에선 힐러리가 앞서 가고 있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22개 주 중 13개 주에서 승리했다. 공화당에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21개 주 중 9개 주에서 승전보를 울렸다. 그는 캘리포니아·뉴욕 등 다수의 대형 지역에서도 이겨 선두 주자의 자리를 확고히 굳혔다.

힐러리는 캘리포니아(대의원 370명·경선 결과와 무관한 수퍼 대의원 제외), 뉴욕(232명), 뉴저지(107명), 매사추세츠(93명)에서 승리했다. 대의원 숫자가 가장 많은 5개 주 중 오바마의 지역구인 일리노이(153명)를 제외한 4개 주에서 이긴 것이다.

힐러리는 또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고향인 아칸소(35명)를 비롯, 테네시(68명), 애리조나(56명), 오클라호마(38명) 등 일부 남부 지역에서 승리했다. 힐러리는 22개 주에 속하지 않은 미국령 사모아(3명)에서도 이겼다.

오바마는 일리노이와 흑인이 많이 사는 곳인 남부의 조지아(87명)와 앨라바마(52명)에서, 그리고 힐러리의 지역구인 뉴욕의 인접 지역인 코네티컷(48명)과 델라웨어(15명)에서 힐러리를 제압했다. 조지아와 앨라바마에선 압승을 거뒀고, 코네티컷과 델라웨어에선 열세였던 분위기를 뒤집고 값진 승리를 따냈다.

1904년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단 한차례만 빼고 모두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에게 승리를 안겨줬기 때문에 ‘대선의 풍향계’로 불리는 미주리(72명)에선 오바마가 1%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힐러리는 미주리의 대다수 지역에서 앞섰으나 흑인이 몰려 사는 세인트루이스와 캔자스시티 등 도시 지역에서 오바마를 지지한 흑인 몰표 때문에 분루를 삼켜야 했다.

오바마는 또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아닌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린 8개 주 중 일곱 곳에서 모두 승리했다. 캔자스(32명), 미네소타(72명), 콜로라도(55명), 노스 다코다(13명), 아이다호(18명), 알래스카(18명) 등에서 한결같이 압승을 거뒀다. 뉴멕시코 코커스(26명) 결과는 개표 지연으로 미 동부 시각으로 6일 오후 4시(한국 시각 7일 오전 6시) 현재 나오지 않고 있다. 뉴멕시코에서 오바마와 힐러리는 각각 48%의 득표율을 유지하며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다.

두 사람이 수퍼 화요일 성적을 통해 획득한 대의원 숫자(이미 지지 의사를 밝힌 수퍼 대의원 포함)는 6일 오후 4시 현재 힐러리가 1000명, 오바마가 902명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힐러리는 캘리포니아, 뉴욕 등 큰 주에서 승리한 덕분에 이날까지 확보한 대의원 숫자 경쟁에선 오바마를 이겼다. 모든 투표자를 기준으로 한 득표율 경쟁에서도 49%를 획득, 오바마(48%)를 간발의 차로 앞섰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경선 결과에 구속되지 않는 수퍼 대의원을 제외한 일반 대의원 확보 경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1681명이 걸린 수퍼 화요일 대의원 경쟁에서 847명을 획득했으며, 힐러리는 834명을 얻었다고 6일 말했다. 힐러리 진영은 수퍼 화요일에 걸린 대의원 확보 경쟁에서 차이는 불과 4, 5명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힐러는 캘리포니아에서 히스패닉(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계)의 약 60%, 아시안의 약 75%의 지지를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성층에선 그다지 많이 앞서지 못했다. 남성층에선 오바마에게 졌고, 백인층에서도 뒤졌다고 CNN은 보도했다. 흑인층은 80%이상이 오바마를 지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이 방송은 덧붙였다.

공화당에선 이미 선두 주자 지위를 선점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캘리포니아(173명), 뉴욕(101명), 일리노이(70명), 뉴저지(52명), 코네티컷(30명), 오클라호마(41명), 델라웨워(18명)와 자신의 지역구인 애리조나(53명)에서 이겼다. 미주리(58명)에선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와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승리했다. 매케인은 전체 투표자의 44%를 득표했다.

모르몬교 신자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매사추세츠(43명)와 모르몬교 본산인 유타(36명), 콜로라도(46명), 미네소타(41명), 알래스카(29명), 노스 다코다(26명), 몬타나(25명) 등 7개 주에서 승리했다. 허커비는 고향인 아칸소(34명)와 조지아(72명), 테네시(55명), 앨라바마(48명) 등 남부 지역 4곳과 웨스트 버지니아주(30명)에서 승전보를 울렸다.

침례교 목사 출신으로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허커비는 복음주의 세가 강한 남부에서 비교적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성향이 강한 보수로 비슷한 허커비와 롬니의 보수표 잡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롬니 진영은 허커비의 사퇴를 바라고 있으나 허커비는 계속 경선에 참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롬니 측은 "허커비를 찍으면 (중도성향인) 매케인을 돕는 것"이라는 논리로 보수표를 자극하고 있다. 공화당 주자들이 6일 오후 4시 현재 확보한 대의원 숫자는 매케인 703명, 롬니 269명, 허커비 190명이라고 AP는 보도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대의원 1191명을 획득해야 한다. 당에선 승부가 이미 끝났다고 보고 있다. 매케인이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는 건 시간 문제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매케인이 후보가 될 경우 허커비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