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패륜교수의 정신病理-아버지 속사랑 모른 마마보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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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복교수는 왜 아버지를 살해했을까.아직 그 원인은 분명하게밝혀지지 않았다.그는 처음에는 돈 때문이라고 했다가 다음으로는가치관이나 갈등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면 아버지를 살해한 이유가 밝혀지겠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궁금증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어떤 이유로든 아버지를 살해한 행위를 정당화 할 수 없기 때문이다.그리고어쩌면 김교수 자신도 자기가 왜 아버지를 살해했 는지 몰라 적당한 이유를 찾고 있는 지도 모른다.그는 왜 아버지를 살해했을까.아무도 모르는 이 미스터리를 푸는 데는 오직 상상력만이 필요하다. 이미 고인이 된 분이나 상처받은 가족들,그리고 가장 심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그를 생각한다면 아무렇게나 상상한다는 것이 죄송하지만 그의 행위는 이미 세상의 심판대에 올랐다.
그의 아버지는 월남한 실향민으로 자수성가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그러나 기대를 모으고 태어났던 장남은 그의 눈에 미치지 못했다.산전수전을 다 겪은 아버지의 눈으로 볼 때는 너무 약하게만 보였던 것이다.반면 어머니는 약한 아들을 감싸 고 돌았다.
아버지가 장남에게 불리한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그 유언장을 파기할 만큼 어머니는 장남을 감싸고 돌았다.아버지에게 미움받는 자식을 엄마가 감싸고 도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만 그런 패턴이 성장과정에서 줄곧 반복되었다면 그는 마 마 보이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든다.아버지에게 야단맞고 엄마 치마폭 속에숨는 것이다.마마 보이의 특징은 세상에 약하다는 것이다.아버지로 대변할 수 있는 것은 가혹한 현실이고 엄마로 대변할 수 있는 것은 안전한 도피처다.
아들이 밖에서 맞고 들어왔을 때 엄마는 자식의 눈물을 닦아주며 우리 귀한 아들 누가 때렸냐고 그 놈을 찾아 혼내주겠다고 하지만 아버지는 『병신같은 놈,어디서 맞고 들어와 징징 거리냐』고 아들을 혼내준다.
험악한 세상을 아는 아버지로서는 아들이 그렇게 크는 것이 못마땅한 것이다.마마보이는 어머니의 치마폭에서 세상에 그럴싸한 아들로 성장한다.속사정이야 어떻든 겉으로 그럴싸하게 포장된 아들로 자라는 것이다.그러나 아버■는 잘 알고 있다 .아들이 어느정도의 그릇인지를….
세상에 약한 아들이 사업을 벌인다고 했을때 아버지는 너는 사업에 맞지 않는다고 말렸고 사업 빚이 있다고 돈을 요구했을때는뒷감당 해주지 않았다.세상이 얼마나 험악한지를 아는 아버지로서는 그런 아들을 밀어주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고 결국은 아들의 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마보이인 아들은 그런 아버지에 수긍하지 못한다.자라면서 한번도 자기를 인정하지 않은 아버지와 경쟁해 그를 이기는것이 평생의 소원이었다.그래서 그렇게 반대하는 사업도 벌였는데여기서 주저앉는다는 것은 또다시 아버지에게 패 배함을 자인하는것이다.그러나 세상의 험악함은 그가 아버지를 이기는 것을 용이케 하지 않는다.세상의 온갖 승냥이.하이에나.늑대들은 그를 충동질해 아버지의 재산을 빼앗아 오기를 촉구한다.아들을 진정으로사랑하는 아버지의 쓰디쓴 충고보 다는 사기꾼들의 달콤한 말이 그에게는 더 위력을 발휘했다.
그 이면에는 자라면서 오랫동안 업신여김을 받아왔던 아버지에 대한 잠재된 분노 또한 크게 작용했다.그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던 것은 아버지가 자기 뿐만 아니라 자기 아내 또한 무시했다는것이다.장인이 사망했는데 아버지가 장례식장에 얼 굴만 비추고 해외여행을 떠나버린 것이다.아버지로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마마보이인 아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어떻게 그렇게무심할 수가 있느냐,장인의 장례식에….
아들에게 소중하고 귀한 것은 자기가 숨을 엄마 품,엄마를 상징하는 돈,아내,처가등의 집단이었지만 홀로 자수성가한 아버지에게 그들은 그렇게 소중하지 않았다.이 세상에 나 홀로 섰는데 나 이상 소중하고 귀한 존재가 또 어디 있단 말인 가.
그러나 한번도 세상에 홀로 서보지 못한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래서 그는 칼을 들어 아버지의 목을내리쳤다.아버지를 이길 수 있는 길은 결국 이것뿐이고 이것으로그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기를 사랑하고 아끼 고 보호해 주는 엄마를 독차지 할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