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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동 퇴조… 복합상영관 전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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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부산의 영화 지도가 바뀌고 있다. 극장가라고 하면 으레 남포동을 떠올렸지만 이제는 그 명성을 많이 잃어가고 있다. 시내 전역에 들어선 복합영화관(멀티플렉스)에 밀려 문을 닫거나 크게 위축된 상태다. 특히 향토 극장들은 부산에 진출한 거대한 극장들에게 고객을 뺏겨 대부분 문을 닫고 있다. 롯데.현대백화점에 잠식 당한 향토 백화점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 남포동 쇠퇴=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관인 부산극장 본관이 70년의 역사를 뒤로한 채 이달 중 문을 닫을 예정이다.

3개 상영관(1183석, 494석, 298석)을 갖춘 부산극장 본관은 수년간 경영난을 겪어왔고 최근에는 객석 점유율이 40%를 밑도는 수준이다.

지난해는 국도극장 2관이 문을 닫았다.

남포동에는 이제 대영시네마와 CGV남포.시네시티만 남게됐다.

홍영철 한국영화자료연구원장은 "남포동은 서점.영화관.음악실 등이 모여 있어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거리였으나 명성이 퇴색된 지 오래됐다"며 "부산극장이 폐관하면 부산 사람이 경영하는 향토 극장(개봉관 기준)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고 아쉬워했다.

한 영화인은 "남포동 영화관들이 시대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침체 됐다"며 "남포동 일대에 오락실.주점 등이 난립해 있고 거리가 지저분해 사람들이 오기를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영화관 분산=80년대까지만 해도 남포동과 서면에 몰려 있던 영화관이 이제는 해운대.아시아드주경기장 부근.부산대앞.화명동.장림동 등 시내 전역으로 확산됐다. 영화를 보는 인구가 늘면서 영화관도 크게 늘어 23개(스크린수 94개)에 이른다. 관람 정원은 2만7668명.

특히 롯데백화점.홈플러스 아시아드점.밀리오레 등 대형 유통업체 매장에는 10여 관 규모의 멀티플렉스가 거의 필수 시설로 등장했다.

홈플러스 아시아드점 관계자는 "아시아드점은 부산에서 최대 규모의 할인점으로 개장했으나 예상보다 고객이 적었다"며 "그러나 지난 1월 멀티플렉스가 개관한 뒤 매출이 크게 뛰고 있다"고 말했다.

◆ 영화산업 번창=부산의 영화산업은 갈수록 번창하고 있다. 부산영상위원회는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넓이 500평.높이 10.5m 규모의 B스튜디오를 최근 개관했다.

이는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의 영화촬영 스튜디오이다. 2001년에는 중형의 A스튜디오(250평)가 문을 열었다.

올해 부산에서 촬영 예정인 작품이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등 20여 편에 이른다.

촬영스튜디오에서 이뤄지는 작품까지 합치면 30여 편 이상이 부산에서 촬영될 전망이다.

전체 한국영화의 3분의 1 가량이 부산에서 제작되는 셈이다. 지난해에는 24편이 촬영됐다.

영상위원회는 올해 스튜디오 촬영 수입만 3억원 이상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시 문화예술과 박종일 씨는 "세트업체.영화제작사 등 영화산업과 관련한 업체가 생겨나는 등 영화촬영을 통해 경제적 파급 효과가 갈수록 높아간다"며 "이제는 영화도시로서 위상을 굳혔다"고 말했다.

정용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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