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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관권선거 감시 못하고 독립만 외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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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일 전체회의를 열어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개입 문제를 논의한다. 지난달 24일 盧대통령이 전국에 중계되는 지상파 TV 방송을 통해 "국민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지 8일 만이다. 너무 굼뜬 대응이다. 우리는 이번 회의를 주목한다. 크게 훼손된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선관위는 그동안 공정한 선거관리자로서의 역할을 보여주지 못했다. 법이 엄연히 공무원의 중립을 규정하고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열린우리당 지원 발언을 하는 것을 방관했다. 지난해 말 대통령에게 한차례 협조 요청을 하기는 했지만 그나마 "불법은 아니지만…"이라며 면죄부도 함께 주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국민참여 0415'와 같은 단체에 대해 "특정 정당 지지단체가 아니다"는 판단을 내린 것도 '줄타기'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금 관권선거에 대한 우려는 매우 심각하다. 국민은 과연 지금의 선관위가 이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야당들은 공공연히 선관위원장 탄핵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선관위 사상 없던 일이고 야당과 선관위가 충돌하면 총선 관리에도 문제가 생긴다. 선거결과를 승복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유지담 선관위원장이 국회 본회의 출석을 거부하는 것도 문제다. 선관위는 "선수가 심판을 불러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몰아가려고 하느냐"고 반발하지만 오죽하면 선수가 불이익을 당할 것을 각오하고 심판을 부를까 하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선관위가 독립을 주장하기 전에 독립적인 자세로 일을 했는가부터 반성해야 한다.

국회는 찬성 133표 대 반대 25표로 선관위원장의 출석요구를 결의했다. 1989년 이전에는 선관위원장이 직접 국회에 나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했던 일이 있고, 지금도 국정감사와 국회 행자위원회에 출석해 인사를 하는 관행이 있다. 독립 운운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국회에 가서 선관위의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을 풀어주는 것이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