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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65) 경기 고양일산을 민주당 조길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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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당선되면 17대 국회 등원 첫 날, 선거구인 일산에서 여의도까지 마라톤으로 출근할 겁니다. ‘녹색 정치인’이란 저의 슬로건을 가슴에 달고 뛸 거예요. 열심히 뛰는 선량(選良)이 되겠다는 각오를 마라톤으로, 마라톤의 정신을 통해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

민주당 소속으로 경기 고양 일산을에서 출사표를 던진 조길영(44) 광운대 환경대학원 겸임교수는 “‘ 환경’과 ‘생명’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첫 ‘녹색 정치인’이 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조씨는 환경정책 전문가를 자처했다. 지난 15년간 국회환경포럼 정책실장으로 일하는 동안 발의한 환경 관련 정책·법률이 70여 건(통과 기준 30여 건), 같은 기간 만든 정책 보고서가 1만 페이지에 이른다고 했다. 국내외에서 있었던 30여 차례의 현장 조사, 국제 심포지엄과 다수의 정책토론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경험도 있다고 했다. 자신이 펴낸 번역서 ‘환경혁명-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을 찾아서’(1996년), 저서 ‘녹색국가의 구상(2003년)’에선 ‘녹색 한반도’에 대한 비전과 대안을 제시했다. 이런 활동으로 세계환경의 날 대통령 표창(2001년), (사)한국환경교육학회로부터 환경공로상을 받았다.

지난 2002년 대선 땐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환경특보를 지냈다. 지금은 광운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사)그린넷청소년연맹 공동대표, 환경과생명 경기지부장, 녹색연합 정책위원, 일산호수마라톤클럽 감사 등을 맡고 있다.

조씨는 전남 순천에서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부모들은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했지만 궁핍한 농가 살림에도 ‘소 팔고, 논 팔아’ 자식들을 도시로 유학을 보낼 만큼 교육열이 남달랐다고 그는 회고했다.

광주고를 거쳐 78년 전남대 사학과에 진학한 그는 故 박관현(전남대 총학생회장)씨와 이념 서클을 조직하는 등 한때 학생운동을 이끌었다. 그 후 80년 광주민주화운동 때 그는 친구들을 뒤로 한 채 광주를 빠져 나와 목포·해남으로 몸을 피했다.

“너무도 비겁했었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어떤 건지 아마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거예요. 목숨 걸고 함께 싸우지 않았다는 자책감, 역사에 빚을 졌다는 죄의식으로 두고두고 괴로웠습니다.”

▶ 조길영 교수는 지난 1997년 1월 ‘대만 핵폐기물 북한반입 저지를 위한 대한민국 민간 대표단’ 일원으로 대만을 방문했다. 당시 그는 10만통의 핵폐기물이 저장돼 있던 란위섬에 고물 경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피해 원주민들에 대한 현장 면접조사를 벌였다. 대만 입법원 부원장, 대만 전력공사 사장 등을 만나 우리 국민들의 강력한 항의의 뜻이 담긴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 후 대만 핵폐기물 북한 반입 반대 결의안이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는데,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 기여한 것을 그는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꼽았다.

그 후 그는 재야 민주화운동을 거쳐 1986년 제도 정치권에 첫발을 내디뎠다. 신민당에서 출발해 민주당-평민당-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을 거쳤다. 그는 소속 정당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정통 민주세력이 결집한 당에서 단 한 발짝도 이탈하지 않았다”며 “정치인은 의리, 투철한 신념과 철학, 책임윤리의 실천, 무릇 이 세 가지 덕목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그는 민주당을 분열시킨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의리를 모르는 배신 세력’으로 규정했다.

“정치란 인간학이라고 배웠습니다. 의리를 생명으로 여기는 게 사람의 도리 아닙니까? 열린우리당은 민주당을 배신한 것도 모자라 호남을 전남·북으로 가르고 갈등을 조장해 분열시키고 있어요. 영남에서 의석을 얻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총선에만 올인하고 있구요. 이게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신지역주의’ 아니고 뭡니까?”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도 호되게 비판했다.

“대통령은 4천8백만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자리입니다. 관객을 감동시키려면 수많은 연주자들을 조화롭게 융합시켜야 돼요.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요? 계층간·노사간·지역간·세대간·양성(兩性)간 갈등과 대립이 심화돼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 대통령은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입니다.”

그는 이번 총선을 통해 “현역 의원 물갈이가 꼭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성원들이 좀 바뀐다고 물갈이가 되진 않습니다. 물갈이가 되려면 아주 깨끗한 물을 부어야 돼요. 물이 깨끗한지 알아 보기 위해 수질검사를 하듯이, 정치인의 수질을 알아 보려면 검증을 해 봐야 합니다. 방법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거예요. 정보 공개를 의무화해 국민들이 공직 후보자의 신념, 철학, 정책 대안능력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는 10년째 일산에 살고 있다. 그동안 일산을 위한 ‘생태환경도시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그가 꼽는 지역현안도 환경 문제와 맞닿아 있다. 특히 ‘경의선 고양시 구간 지하화’, ‘고봉산 보전’ 등은 그가 전력을 다해 추진 중인 지역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심각한 환경 파괴로 ‘환경도시’ 일산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경의선 일산 도심 구간 지하화를 관철하고 고봉산 자락 택지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이곳 주민들이 150일 넘게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일산의 환경권·재산권을 지켜 내고 지역을 발전시키는 데 일익을 맡고 싶습니다. 일산을 녹색생명이 살아 숨쉬는 환경생태도시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주 진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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