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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내수 격차 너무 벌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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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수출이 초호황이다. 지난달 수출(194억달러)이 2월 실적으로는 16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내수 부진으로 꽁꽁 얼어붙은 한국 경제에 그나마 수출이 숨통을 틔우고 있다. 1일 부산 감만부두에는 공휴일도 잊은 채 수출 물량 선적 작업이 한창이다. [송봉근 기자]

수출이 16년 만의 최대 증가세를 보이며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지만 내수는 아직도 꽁꽁 얼어붙은 채 풀리지 않고 있다. '수출 호황-내수 침체'의 양극화가 계속 깊어지면서 한국 경제의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사상 최대 수출=1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2월 수출입 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194억6000만달러로 1년 전에 비해 45.9% 늘어났다. 이는 2월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치로 1988년 8월(52.6%) 이후 15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수입은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고철 등 철강금속 제품이 67%나 늘어나는 등 1년 전보다 25.6% 증가한 174억900만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3개월 연속 30%대를 웃도는 수출 급증세가 이어지면서 무역수지 흑자는 올 들어 두달 만에 49억달러를 기록, 올해 전망치(100억달러)의 절반 수준을 벌써 달성했다.

이 같은 수출 급증세는 반도체(75.6%), 자동차(60.5%), 무선통신기기(48.1%), 컴퓨터(50.5%), 선박(59.4%) 등을 중심으로 40%대 이상의 높은 수출 증가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이 71%나 늘면서 수출 호조를 주도했다.

그러나 최근의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수출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킬 것으로 보여 다음달부터는 수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썰렁한 내수=통계청이 지난주 발표한 '1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대표적인 소비지표인 도소매 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5% 줄어 11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 13개월 연속 감소(97년 12월~98년 12월)기록에 육박하는 것이다.

백화점 매출도 13.6%나 줄면서 98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설 대목 중 판매가 감소했으며 자동차 판매도 29.4%나 줄어 내구재 소비 감소를 주도했다.

지난해까지 호황을 이어왔던 건설업 역시 수주액이 14.3%나 감소해 부동산 경기도 냉각되고 있음을 반영했다. 정보통신 산업의 생산이 29.7% 늘어난 반면 자동차(-9.2%), 사무회계용 기기(-20.6%)의 생산은 급감하는 등 업종 간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내수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자금난이 더욱 심해지면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불량으로 등록된 법인이 1월 말 현재 13만3195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홍병기 기자<klaatu@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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