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능아映畵가 흥행 성공한다-"덤 앤 더머""넬"등 히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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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최근 뉴욕타임스紙는 올해 할리우드의 수수께끼중 하나로 로버트레드퍼드 감독의 아카데미상 후보작 『퀴즈쇼』의 흥행실패를 들었다.50년대 미국에서 실제 일어났던 TV퀴즈쇼의 사전조작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비평가들로부터『94년도 최고영화의 하나』란 칭찬을 들었지만 관객들은 외면했다.
반면 세계적으로「검프 신드롬」이란 현상을 낳으면서 올해 아카데미영화상 13개부문 후보에 오른『포레스트 검프』는 애초에 영화사들로부터 여러차례 퇴짜를 맞은 의외의 히트작이다.
미국의 영화평론가들은 두 영화의 주인공들을 비교하며 재미있는결론을 내렸다.미국 영화관객들이 똑똑한 주인공보다 모자란 듯한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퀴즈쇼』의 주인공 찰스 반 도렌(랄프 피네스扮)은 학자집안에 태어나 젊은 나이에 명문대 교수가 된 인텔리 중의 인텔리.
반면『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 검프(톰 행크스扮)는 IQ 75에 불과한 저능아다.
할리우드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놓고 컴퓨터등 하이테크시대에 낙오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팽배한 현대인들에게 자기보다못한,운전도 말도 제대로 할줄 모르는 영화속 인물이 위안을 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너무나 살기 복잡해지는 세상에 대한 초조함이 反지성주의의 물결로 나타난다는 결론이다.이를 뒷받침하듯요즘 실제로 할리우드에서는 바보스런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또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짐 캐리 주연의『덤 앤 더머』,조디 포스터 주연 의『넬』,멕 라이언 주연의『IQ』가 이 범주에 속하는 영화다 「멍청이와 더 멍청이」란 뜻의『덤 앤 더머』는 할리우드 전통의 넘어지고 자빠지는 슬랩스틱코미디로 최근 흥행수입 1억달러(약 8백억원)를 돌파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스릴러『죽음과 소녀』에 나온 여배우 시고니 위버가 토크쇼에서『「죽음과 소녀」는 너무 진지한 영화이기때문에 다음엔 기분전환으로「더머스트」(가장 멍청한 자)라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말을 했고,미국의 퍼스트 레이디 힐러리클린턴도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과거를 말하며『덤 앤 이그노런트』(멍청하고 무식한)였다고 말하는 등 이 영화는 새로운 유행어를 낳고 있다.
『IQ』에는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등장하지만 그의 생애를 그린 영화가 아니라 아인슈타인이 사랑의 가교역을 맡는 로맨틱 코미디.아인슈타인은 총명한 질녀(멕 라이언扮)가 약혼자보다덜 똑똑하지만 인간미가 있는 이웃청년(팀 로빈스 扮)과 맺어지도록 애를 쓴다는 줄거리다.
조디 포스터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 올린『넬』은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살아온 넬이 사회를 경험하게 되지만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택할만큼 현대사회가 부패했다는 메시지를 담고있다. 미국의 서민이 진짜 지적인 영화를 싫어하는지 어떤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겠지만 할리우드영화가 당분간 反지성주의의 경향을 추구하리라는 점은 명백한 듯하다.왜냐하면 올해만도『멍청이들』(Dummies),『바보들』(The Stup ids),『위대한 천치』(The Magnificent Idiot)란제목의 영화가 속속 개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李 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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