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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경제포럼] 이희범 産資 모두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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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995~96년 중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가 될 때까진 우리는 타의 모범이 되는 국가였다. 그러나 96년 OECD에 가입하면서 갑자기 성장 동력이 떨어졌고, 이후 지난해 1만달러를 회복하기까지 '잃어버린 8년 세월'을 보냈다. 지금부터 연평균 5%가량 성장한다고 해도 국민소득 2만달러는 2010년이나 2012년이 돼야 달성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국민소득 1백달러에서 1만달러가 된 우리가 1만달러에서 2만달러가 되는 데는 가장 지각한다는 얘기다.

그나마 2만달러 시대를 열려면 극복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부의 축적에 대한 인식이 왜곡돼 있다. 반기업 정서가 팽배하다. 기업이 잘못한 점도 많지만, 어떻게 이를 극복하느냐가 문제다. 일본은 도요타가 30년대에 공장을 건설하자 지역주민들이 '도요타에 바치자'며 지명도 고로모시에서 도요타시로 바꿨다. 영국은 반기업 정서가 두번째로 심한 나라지만 드라마 등을 통해 이를 해소하고자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

둘째는 사회갈등의 조정이다. 사회정의가 왜곡돼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송전탑을 건설하는데 지금 5년이 걸린다. 공사기간은 1년6개월이지만 주민 설득에 3년반이 걸린다. 경기도 분당의 파크뷰 아파트는 오는 6월 입주로 불과 4개월가량 남았다. 그런데 주민들이 전선을 땅속에 파묻는 지중화(地中化)를 요구해 변전소 공사를 착공도 못하고 있다. 건설하는데 1년이 걸리기 때문에 임시 변전소를 지을 생각인데, 이마저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교육정책도 중요한 과제다. 정부에서도 사교육비 경감 대책 등을 내놓고 있지만 충분하진 않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의 1%를 기초과학에 투자하고 있고, 1천여개 초.중.고교를 과학 거점으로 삼았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 투자는 1백20억달러 정도다. 미국의 22분의 1 수준이고, 일본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들 나라보다 GDP가 적어 R&D 투자액도 적지만, 그러나 기업 차원으로 내려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삼성전자가 소니보다 R&D 투자를 10분의 1만큼 하고, 현대자동차가 미 GM보다 22분의 1만큼 투자해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노조도 이런 점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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