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국회의원 선거 첫 출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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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탈북자가 처음으로 선출직 공무원에 도전한다. 8년 전 북한을 탈출해 귀순했던 윤승길(39·사진)씨는 “한나라당 예비후보(서울 강서 을)로 지난달 30일 중앙선관위에 18대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고 4일 밝혔다. 그는 “국민에게 통일 채비를 신속히 갖춰야 한다는 점을 인식시키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출신 성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평양에서 함북 온성군으로 추방돼 30년 넘게 지내다 2000년 2월 탈북, 그 해 10월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북한에서 살 때부터 정치인을 꿈꿨고, 그 꿈을 실현하고자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왔다”며 “국회에 들어가면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남북 경협과 탈북자 지원에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탈북자 출신 첫 국회의원이 되면 ^탈북자정착지원법 개정^남북평화지대법 제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윤씨는 북한에서 탈출한 사람들을 ‘탈북자’ 대신 ‘통일인’으로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한국에 정착한 통일인은 1만여 명으로 이들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948년 한국의 초대 국회는 통일에 대비해 북한 지역에 해당하는 100석을 공석으로 남겼다. 18대 국회에는 북한 출신이 선출돼 북한 주민을 대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면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겠다”라며 출마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윤씨는 주변의 탈북자들과 실향민들의 도움을 받아 선거를 치를 생각이다. 북한의 정치인 수용소인 요덕 수용소 출신인 김영순씨가 그의 선거운동 사무장을 맡기로 했다. 북한에 부인과 딸을 남겨둔 그는 현재 북한음식문화연구소 소장이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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