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싸움놀이 안 됩니다 민속 소싸움만 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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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에서 정월대보름을 맞아 21~23일 열릴 예정이었던‘말사랑 싸움놀이’(사진)가 취소됐다. 제주시는 4일 “말사랑 싸움놀이가 지난달 시행에 들어간 동물보호법에 적용받게 돼 불가피하게 폐지했다”고 발표했다. 동물보호법 17조는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토록 하고 있다. 제주시는 지난해 농림부에 말싸움놀이의 존속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말의 본고장 제주의 목축문화를 상징하는 말싸움놀이는 예부터 이어져 온 제주의 풍속. 초원에서 암말을 차지하기 위해 수말끼리 힘을 겨루던 것에 착안, 매년 30~40마리의 조랑말이 출전해 경기를 벌였다. 경기장에 발정기의 암말을 먼저 입장시킨 뒤 수말 두 마리를 풀어 암말을 독차지하기 위한 결투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말사랑’이라는 표현이 들어간다.

한 경기당 짧으면 5분, 길면 10분쯤 걸리지만 발정한 암말을 옆에 두고 흥분한 수말들이 벌이는 싸움은 상당히 격렬할 때도 많다. 몸을 일으킨 채 앞다리로 '원투 스트레이트’를 던지거나, 가공할 위력의 뒷발차기로 상대방을 공격한다. 서로 물어뜯기도 한다. 제주시는 1997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를 시작할 때부터 이를 재연해 인기를 끌어왔다.

소싸움은 동물보호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농림부는 “농림부 장관이 정하는 민속경기는 동물학대 행위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시행규칙을 만들어 경북 청도 등지에서 열리는 민속소싸움은 유지토록 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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