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제언>신중해야할 세계화 英文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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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얼마전 한국정부에서는 「세계화」의 세계적 작업을 위해 「Segyehwa」란 영문표기를 공표했다.단순히 한국어를 발음만 영어화 했다.아마 한국 고유의 특정성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의지가담긴 듯하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시드니 구상의「세계화」개념은 분명 미래지향적인 정치철학과 그 방향 제시를 뜻하고 21세기엔 한국이새로운 문명을 발생시키고 또한 그 문명을 주도해 세계적인 역사창출을 시도하겠다는 뜻으로 안다.
그러나 이 구상을 극대화하는데 있어 측근의 두뇌 집단이나 학계의 뒷받침이 약한 듯하다.「세계화」라는 단순 아이디어에 그쳐이데올로기로 승화되지 못하는 게 아닐까.Segyehwa 표기를분석해 보자.접두어 Seg는 분리.고립 등의 라틴어 계열이다.
또한 yehwa는 중동이나 아프리카 오지의 원시언어를 생각케 한다.웬일인지 이 생소한 단어를 접하고 나니 신비하면서도 괴상한 어느 미지의 황야에서나 있을 법한 몬도가네적 연상 작용이 일어난다.「세계화」의 철학과 얼마 나 동떨어진 「반세계화적」발상인가. 더욱이 사족으로 붙이겠다는「Total Globalization Policy」는 또 무슨 말인가.Globalization이 경제용어로 많이 쓰이고 있지만 이제는 일반화된 신조어다.이 단어는 공간 개념을 담은 지극히 건조한 상투 용어 인 것이다.또 앞뒤에 Total과 Policy를 갖다 붙이면 아주전투적이고 파괴적인 언어로 바뀌는 듯하다.
당국에서 사족으로 붙이는 또 하나의 단어는 「Chaebol」로 외국언론의 이 용어 사용을 예로 들었다.기가 막힌다고 할까,아니면 입맛이 쓰다고 할까.서양 언론에서 즐겨쓰는 「Chaebol」이란 이 단어는 바나나 공화국의 부패 자본 집단이나 「마피아」같은 폐쇄된 지하조직에 버금가는 단어가 아닌가.
그렇다면 서둘러 한국어 발음의 영문표기를 먼저 발표할게 아니라 좀더 연구 검토해 시드니 구상에 걸맞는 철학적 기조를 만들고 새로운 문명 창출의 뿌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서울 평화상에이어 또다시 웃음거리가 돼서는 결코 안된다.
권순창〈재미 시인.미주 한국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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