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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나라와 FTA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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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앞으로 거의 모든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야 하는데, 막상 협상에선 (국내산업의) 피해를 줄이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중앙일보 경제포럼에 참석해 FTA의 양면성을 이렇게 말했다.

李장관은 "자유무역이 보호무역보다 낫기 때문에 언젠가 벗어야 하는 것이라면 (국내산업에 대한) 보호장치를 하나씩 벗어야 한다"면서 "단계와 시차는 있겠지만 거의 모든 나라와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FTA를 체결한 나라에 비해 체결하지 않는 국가가 엄청난 역차별을 받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막상 협상이 시작되면 아무래도 당장 국내산업이 보게 될 피해를 줄이는 데 협상력을 모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한.일 FTA 협상이 그렇다.

李장관은 "일본이 한.일 FTA 체결에 더 적극적"이라며 "FTA가 체결되면 한국은 전자.자동차.기계 등 일부 업종에서 피해가 클 것 같다"고 우려했다. 李장관은 '경제력 격차가 큰 일본과 FTA를 체결하면 부품 소재 산업 등에서 일본이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2006년 발효를 목표로 일본과 FTA 협상을 시작해 최근 2차 협상을 마쳤다.

李장관은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전자.자동차.기계업종의 경우 한국은 관세가 8%지만 일본은 이미 0%여서 FTA가 체결되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이들 업종에서 이미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 관세를 아예 물리지 않고 있는데, 일본과 FTA를 체결하면 그동안 국내기업을 보호해주던 관세가 철폐돼 국내산업이 급격하게 일본 기업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산자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일본과의 FTA 협상에서 일본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관세를 단계적으로 내리는 등 다양한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싱가포르와의 FTA 체결에 대해 李장관은 "관세가 없는 싱가포르와 FTA를 체결하면 한국만 무장해제 당하는 것과 같다"며 부정적인 생각을 피력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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