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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세계 폐암 권위자 에틴저에게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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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이 걱정이다. 환자는 급증하는데 현대의학의 '묘수'는 보이지 않는다. 국내에선 20년 전만 해도 10만명당 10명 정도였던 폐암 사망률이 2000년 25명으로 늘었다. 위암과 간암을 젖히고 암 사망률 1위로 뛰어올랐다. 2020년 예상 사망률은 10만명당 50명. 현재 국내 폐암 사망자 수는 전체 암 사망자 6명 중 한명 꼴로 매년 1만명 정도에 이른다. 지난달 25일 폐암 치료의 최신 정보를 소개하기 위해 미국 존스 홉킨스의대 데이비드 에틴저(左) 교수가 내한했다. 삼성서울병원 종양내과 박근칠 교수가 그를 만나 현대의학의 난적 폐암 정복의 새로운 길을 들어봤다.

▶박:한국에선 폐암 발생과 사망률이 꾸준히 늘고 있다. 몇년 전부터 금연 캠페인을 벌인 미국 상황은 어떤가.

▶에틴저:2001년부터 3년간 폐암 사망자가 약간 줄었지만 금연 효과를 보려면 15년은 지나야 한다. 따라서 2020년은 돼야 한다. 폐암은 현재 미국에서 남녀 공히 암사망 원인 1위로 북미에서 매년 20만명이 사망한다.

▶박:폐암 치료는 다른 암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치료 생존율이 1기 땐 60% 이상이지만 2기 땐 30~50%, 3기 초 15~30%, 3기 말은 3~6%, 4기 땐 1% 정도로 급격히 준다. 현재의 폐암 치료법을 어떻게 생각하나.

▶에틴저:여전히 불만스럽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치료제 등장과 치료방법 개선으로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 예컨대 이레사의 등장으로 말기 폐암 환자의 수명이 많이 늘었다. 1999년 출시된 젬자는 비소세포폐암에 널리 사용된다. 특히 방사선 치료시 함께 사용하면 효과가 극대화돼 국소 진행성 폐암 및 외과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의 생존율을 높인다. 평균 생존율은 18. 3개월이며, 1.2.3년 생존율은 68.37.28%나 된다. 수술 전 항암제로 암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하는 방법도 시행된다.

▶박:몇 가지 치료를 병행할 경우 환자들이 두려워하지 않나.

▶에틴저:탈모.구토.혈소판 감소 등 갖가지 부작용을 줄인 약들이 개발돼 이전보다 치료가 한결 수월해졌다. 이런 사실을 환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박:한국에선 치료를 포기하는 3, 4기 환자들이 많다. 나는 이런 환자들에게 '평균 수명이 75세라고 75세가 되면 모두 죽는 게 아니다, 돌 전에 사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백세를 넘기는 사람도 있다. 통계에 연연하지 말고 최선의 치료를 받자'고 권유한다.

▶에틴저:아주 좋은 비유며 전적으로 동의한다. 통계는 통계일 뿐이며 환자 개인의 치료 결과는 여러 요인에 의해 엄청난 차이가 난다.

▶박:아무 증상 없이 잘 지내다 어느날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환자를 대할 땐 난감하다.

▶에틴저:마찬가지다. 하지만 증상 없이 말기 진단을 받은 환자는 증상이 있는 말기 환자보다 치료 효과가 좋다. 따라서 희망적인 조언을 좀더 많이 해줄 필요가 있다.

▶박: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선 비과학적인 전통의학에 의존하는 환자들이 많다. 불필요한 치료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꼭 필요한 치료는 못 받아 가슴이 아프다.

▶에틴저:그런 치료법을 미국에서는 '보완.대체의학'으로 부르는데 현재 과학적 근거를 찾고자 연구가 한창이다. 물론 아직 연구단계이므로 현재로선 과학적으로 입증된 치료를 받는 게 원칙이다.

▶박:폐암 정복은 언제쯤 가능한가.

▶에틴저:기존 치료법이 발전하고 현재 연구 중인 유전자.백신치료가 개발될 2015년께로 예상한다. 그렇다고 절망에 빠져서는 안된다. 치료를 통해 생명이 연장되기 때문에 당뇨.고혈압처럼 만성병으로 생각해 병과 더불어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폐암 환자의 90%가 60대 이상 노인이므로 생명을 늘리고,삶의 질을 높인다는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

▶박:폐암 고위험군의 조기발견을 위한 방법은.

▶에틴저:하루 한 갑씩 10년 이상 흡연(하루 반 갑씩 핀 사람은 20년 이상) 한 60세 이상 흡연자는 저용량 폐 CT검사를 매년 한 번씩 받는 것이 좋다. 조기 발견율이 6배나 향상됐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적극 권한다.

▶박:비흡연자의 폐암도 10%에 달한다. 이들에 대한 대책은.

▶에틴저: 대기오염.간접 흡연.체질 등이 원인일 텐데 뾰족한 조기검진법이 없다. 정기적인 검진만이 최선이다.

▶박:폐암 예방의 최선책인 금연 실천을 위해 어떤 방법이 있나.

▶에틴저: 담배 광고를 금해야 하며 흡연 장면도 내보내지 말아야 한다. 또 청소년 흡연을 줄이려면 담배 가격을 인상해 담배 구입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리=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 데이비드 에틴저 박사는

▶미국 종합 암 네트워크(NCCN) 비소세포폐암 가이드라인 제정 회장/식품의약품안전청(FDA) 항암제 위원회 위원/존스 홉킨스 종양센터 임상시험위원회 회장/현재 존스 홉킨스의대 내과종양학 교수/저서로 '흉부 종양학(Thoracic Oncology)'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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