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담합 수사 검사’가 기업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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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SK가 업계의 답합이나 독과점 등 공정거래 위반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던 현직 검사를 영입했다. 업계에서는 하나로텔레콤 인수와 관련해 SK텔레콤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될지 모른다는 시비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서울 중앙지검의 윤진원(45·사진) 부장검사를 부사장급 임원으로 영입했다”며 “검찰 내 신변정리가 끝나는 대로 SK로 출근한다”고 3일 말했다. 그는 주력사인 SK에너지에서 법무·재무·인사 등을 총괄하는 CMS(Corporate Management Service) 부문의 부사장에 취임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주요 계열사의 법률 업무도 맡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SK가 윤 부장검사를 영입한 동기로 하나로텔레콤 인수 문제에 도움을 주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평했다. SK텔레콤은 지난 연말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할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승인이 늦어져 애태우고 있다. 특히 SK그룹이 유·무선을 아우르는 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될 것을 우려한 이동통신 경쟁업체의 반발 분위기도 있어 공정위 승인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윤 부장은 검찰 내에서 법무부 검찰1과와 대검 혁신기획팀 같은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공정위 파견 시절엔 기업의 답합이나 독점을 파헤친 기업 공정거래 분야의 전문가다. 특히 공정위가 기업 간 담합을 자진신고하면 과징금을 감면하거나 고발을 면제해 주던 관행에 제동을 걸고, 설탕 제조업체의 법인·임원을 기소하기도 했다.

SK그룹 측은 “윤 부장검사는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건만 아니라 그룹 차원의 윤리경영 시스템 마련 등 다양한 법률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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