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기 땐 자산 살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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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미래보다는 현재다-. 주가가 널뛰기를 하자 기업의 미래가치보다 현재가치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업의 미래가치는 성장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 반면 현재가치는 당장 기업을 청산했을 때 자산가치가 얼마나 되느냐를 의미한다.

지난해는 성장가치가 테마였다면 올해는 자산가치가 증시의 화두다. NH투자증권 박선오 연구위원은 “세계 경기침체 우려로 시장이 조정을 받고 있는 가운데 불확실한 수익가치보다는 자산가치가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가치에 쏠린 관심=주식의 가치를 설명하는 두 가지 대표적인 지표는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한 주당 순익)으로 나눈 값이다. 반면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EPB·한 주당 순자산 가치)으로 나눠 구한다. 보통 PER은 기업의 수익가치, PBR은 자산가치를 대변한다. 두 지표 모두 값이 적을수록 저평가됐다고 표현한다.

그렇지만 두 지표에는 차이가 있다. PER은 기업이 앞으로 돈을 얼마나 벌 수 있을까라는 예상에 근거해 추정하는 지표다. 향후 미국 경기 침체로 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 이익 전망치는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주가가 떨어지니까 자연스럽게 PER이 낮아져 투자 매력이 있는 것으로 비친다. 하지만 앞으로 수익이 줄면 PER이 높아진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위원은 “현재의 예상치에 근거한 PER만 보고 투자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PBR은 예상치가 아니라 기업이 현재 가지고 있는 자산 대비 주가의 적정 수준을 평가한다. 특히 PBR이 1배 미만일 경우엔 당장 주식을 다 팔아도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산가치에 못 미친다는 의미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의 주가 급락으로 한국 증시의 PBR은 1.4배로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낮아졌다. 중국이 5.9배로 가장 높고, 인도(5.4배)·멕시코(3.1배)·남아프리카공화국(2.8배) 순이다. 그만큼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금융업을 뺀 거래소 상장기업 절반(310개)의 PBR이 1에도 못 미쳤고, 코스닥 375개 기업의 PBR도 1 미만이었다.

◇PBR 낮은 종목·펀드 주목=한국투자증권은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가치가 시가총액보다 큰 종목으로 삼성공조·이니시스·미디어플렉스·대선조선·삼영홀딩스·에스넷시스템·현대미포조선·삼일기업공사를 꼽았다. 다만 일부는 거래량이 적어 유동성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NH투자증권도 2008년 주목해야 할 자산주로 대한제강·효성·호남석유를 들었다.

PBR이 낮은 종목을 주로 편입한 펀드도 관심거리다. 보유 종목의 평균 PBR이 낮은 펀드는 최근 하락장에서 대체로 우수한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펀드 평균 PBR이 0.61에 불과한 ‘Tops Value주식A’는 연초 이후 최근까지 -7.87%의 수익률을 기록, 15%가량 떨어진 주식형 펀드 평균에 비해 선방했다. 한국밸류자산운용 이채원 전무는 “지금은 미래 전망이나 증시 안팎의 환경에 대해선 눈을 감고 자산 등 기업의 내재 가치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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