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아야 정치가 산다-金대통령 인식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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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럽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세계 일류수준으로 발전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14일 수행기자와의 간담회에서,15일 귀국인사에서,또 16일국무위원 조찬간담회와 3부요인및 헌법재판소장.이춘구(李春九)민자당대표 등과의 오찬에서 金대통령은「일류철학」내지는「승자(勝者)의 생존철학」을 피력했다.
金대통령의 주문은 우리 사회 모든 분야가 세계 일류수준으로 균형있게 발전해야 무한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이 호기(好機)라는 생각이다.
냉전의 대립구도에서 벗어나 세계 각국이 치열한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고 국제관계도 화해와 협력속에 치열한 경쟁이 본질을 이루고 있다는 인식이다.
우리도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속에서 3월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원서 제출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올가을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金대통령의 이런 발언들은 국가경영의 중대한 인식변화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취임전까지만 해도 金대통령에게 있어 경제나 기업은 부차적인 문제였다.40년의 정치생활속에서,그나마 민주화투쟁등 야당생활이정치역정의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 金대통령은 정치우위의 확고부동한 사고를 갖고 있었다.金대통령의 경제위주인 식변화는 주로외국 정상들과의 교감 결과다.
金대통령의 스타일로 볼 때 아랫사람의 조언등으로 사고 패턴을바꾸지 않는다.노련한 정상 외국정치인들의 관심사나 사고방식을 보면서 상당부분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金대통령은 93년11월 亞太경제협력체(APEC)1차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시애틀을 방문하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金대통령은 귀국하면서 국제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는 인식의 초기단계였다.
보다 구체화된 것은 지난해11월 APEC 2차정상회의 참석과亞太3개국 방문 때였다.金대통령은 호주 시드니에서「세계화 구상」을 피력했다.정상들과의 만남과 회의를 통해 세계화의 필요성을절감했다는 얘기다.
미테랑 프랑스대통령과 리펑(李鵬)중국총리등 방한한 외국정상들이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왔으며 이들의 주요 관심이 경제분야였다는 것도 金대통령에게는 적잖은 충격이었다는 것이다.金대통령이 외국을 방문하면서 기업인을 대거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때부터였다.이런 인식의 점진적인 변화는 유럽순방을 통해실체화됐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말한다.
金대통령은『우리보다 잘 사는 유럽 선진국조차 새로운 시대상황을 맞아 정부와 국민,정치인에서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한덩어리가돼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더라』는 소감을 밝혔다.
나라마다 정상을 비롯한 전국민이 경제 제일주의를 지향하고 있으며 정부와 기업은 생산성 향상과 투자유치에 적극적이었다는게 金대통령이 유럽순방에서 받은 인상이다.
사법제도 개혁과 교육개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등장했다.金대통령의 의지도 확고하다고 한다.
기업설립 절차와 금융제도등 각종 경제.행정제도를 합리적으로 개혁하고 한국을 교통.통상.통신.기타 서비스의 세계적 중심지로발전시키는 장기적 정책도 추진될 예정이다.
모든 분야에서 일류가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경영 마인드 내지는 일류정신은 국정 전분야에 파급될 전망이며,이러한 변화는새로운 개혁의 추진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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