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의 어제와 오늘, 불황 때마다 부활 … 소비 늘리기 수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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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 26면

1970년대에도 상품권은 인기있는 명절선물이었다. 사진은 72년 신세계백화점 상품권 판매코너. 당시엔 화신·신세계·미도파·시대와이셔츠·에스콰이아·한일관광·국제관광공사 등 8개 업체만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

구두상품권·주유상품권·외식상품권·온라인상품권·기프트카드·관광상품권….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상품권은 그 종류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이처럼 다양한 상품권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이후다. 1999년 정부가 상품권법을 폐지해 상품권 발행과 유통이 자율화되면서다. 이는 외환위기로 인한 소비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꺼낸 경기부양책 가운데 하나였다.

국내 상품권 관련법이 제정된 것은 61년. 당시 상품권 발행을 법적으로 허용한 것도 불황 타개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75년 오일쇼크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상품권은 아예 사라지게 된다. 당시 경제기획원 물가대책위원회가 ‘과소비 억제’ ‘건전한 소비풍토 조성’ 등을 명분으로 상품권 발행을 금지한 것이다. 상품권이 다시 등장한 것은 90년. 도서상품권이었다. 당시 이어령 문화부 장관이 도서문화 보급을 목적으로 상품권 발행을 요구해 성사된 것이다. 이후 정부는 유통시장 개방에 대비하기 위해 94년 상품권법을 개정해 상품권 발행을 허용했다.

99년 상품권법 폐지는 상품권 전성시대를 가져왔다. 2000년 3조원대였던 국내 상품권 시장 규모는 지난해 8조5000억원 정도로 커진 것으로 추산된다. 워낙 다양한 상품권이 존재하는 데다 상품권법 폐지로 감독기관이 없어진 탓에 구체적인 시장 규모나 발행업체 수를 파악할 방법은 없다. 다만 은행 등 금융권이 발행하는 기프트카드는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라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는다. 하지만 규모가 작아 전체 상품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국세청 관계자는 “5만원짜리 상품권은 장당 200원, 10만원 이상 상품권은 400원의 인지세를 내게끔 돼 있지만 20만원이나 50만원짜리 고가 상품권이 많아 전체 시장 규모를 알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상품권 관련 민원은 소비자원이 처리하고 있다. 소비자원은 상품권 표준약관을 어기고 소비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친 업체를 경찰에 수사 의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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