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램블링 능력 키우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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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 20면

스크램블링(Scrambling)은 미국 남자골프(PGA) 투어에서 선수별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나 그린 적중률 등과 함께 세부기록 항목에 반드시 포함되는 중요한 요소다. 파 온에 실패한 홀, 즉 그린을 놓친 홀에서 파 이상의 스코어를 기록하는 비율을 뜻한다. 한마디로 쇼트게임 능력을 보여주는 데이터다.

파 온은 그 홀의 기준 파에서 2를 뺀 타수 만에 그린에 볼을 올리는 것이다. 골프 코스의 파72는 퍼트 수 36타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모든 홀에서의 퍼팅은 투 스트로크(2타)가 기본이라는 얘기다. 그러니까 ‘스크램블링 능력’은 ‘스코어 메이킹 능력’의 다른 말이다.

아마추어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길고 어려운 코스에서 열리는 PGA투어에서 스크램블링 능력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 지난 1월 PGA투어 소니오픈에서 우승한 최경주나 뷰익인비테이셔널에서 통산 62승을 올린 타이거 우즈는 모두 이 부문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

최경주는 지난해에는 62.3%의 스크램블링으로 PGA투어 선수 가운데 9위에 이름을 올렸다. 87라운드 531개 홀에서 그린을 놓쳤지만 이 가운데 331개 홀에서 파 세이브하거나 더 나은 스코어를 기록했다. 우즈는 올해 이 기록 부문에서 71.4%로 9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파 온 공략에 실패한 경우가 잦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차적으로는 드라이브샷이 페어웨이를 지키지 못하고 러프로 떨어졌거나 파 온을 시도한 샷의 컨트롤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물론 우즈는 지난해 스크램블링 30위 이내의 선수 가운데 가장 적은 313홀(67라운드·61%·20위)에서 그린을 놓쳤지만 많은 선수가 400~500개 이상의 홀에서 그린 미스를 범했고, 어떤 선수는 700개 홀이 넘는 그린에서 레귤러 온을 하지 못해 속을 태웠다.
이를 놓고 볼 때 골프는 역시 ‘누가 실수를 더 적게 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하는 게임이다.

무엇보다 70타대의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하는 골퍼라면 자신의 스크램블링 능력을 꼼꼼히 체크해봐야 한다.

어찌 보면 70타대의 싱글 핸디캐퍼와 80타대 골퍼의 스트로크 차이는 단 1타(79대80)뿐이다. 그 1타가 가장 손쉬운 퍼팅으로 해결될 수도 있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일명 ‘3학년 1반(3온 1퍼트의 파 세이브)’의 스크램블링 능력이 갖춰지면 스코어 메이킹은 훨씬 더 쉬워진다.

그 비결은 웨지샷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몇 주 전 ‘옆에 끼고 살아야 할 내 클럽은?’이라는 주제를 언급한 바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샌드웨지였다. 꼭 샌드웨지가 아니더라도 52도나 58도, 또는 60도 웨지 가운데 가장 자신있게 다룰 수 있는 ‘비밀병기’가 있어야 한다.

볼이 잔디에 놓인 라이 상태에 따라 클럽 페이스를 열어 치고, 닫아 치고, 띄워 치고, 굴려 치고, 여기에 띄워서 굴릴 수 있을 정도까지의 능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 겨울, 연습할 시간은 아직도 충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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