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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과의 관계 재정립할 것 북한은 국민 못 먹여살린 정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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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주노동당이 폭풍전야다. 3일 당대회에서 심상정(사진) 비대위 대표의 혁신안이 통과되느냐 마느냐가 당의 운명을 판가름한다. 혁신안이 부결되면 분당 사태는 외길 수순이다. 그러나 혁신안은 일심회 사건 관련자 제명, 종북주의 청산 등 당내 다수인 자주파가 수용하기 힘든 내용을 담고 있어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심 대표는 1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자주파가 당권을 쥐면서 당이 편향적 친북 정당인 것처럼 국민에게 오인된 측면이 있다”며 “오해를 초래한 핵심(일심회 사건)에 대해 명확한 재평가를 해 민노당에 덧씌워진 이미지를 불식하겠다”고 다짐했다. 심 대표는 당 내 소수인 평등파로 분류된다. 그는 “이번 대선 참패는 당이 국민의 진보적 기대에 걸맞은 대안과 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당의 활동이 노동·통일 운동에 치우쳤다면 앞으론 환경·여성·평화·인권 등 다양한 진보적 가치를 아우르는 정당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말했다.

-일심회 사건 관련자를 제명하겠다는 이유는.

“당의 기밀 정보와 당원 신상 내역을 북한에 유출했기 때문이다. 그런 건 북한이 아니라 한나라당에 넘겨도 명백한 해당 행위다. 그런데도 자주파는 국가보안법 문제가 걸려 있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심 대표는 이날 사건 당사자인 최기영 전 사무부총장과 이정훈씨가 북한에 넘긴 것으로 법원이 인정한 증거물을 당원에게 공개하는 강수를 뒀다).”

-북한 정권을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이 정권 수립 이후 미국의 위협에 시달려 왔다는 특수성을 고려하는 열린 시각이 필요하다. 어쨌건 국민을 제대로 먹여 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정권으로 보기 어렵다.”

-혁신안이 통과 안 될 경우 거취는.

“(순간 감정이 복받친 듯 어조가 흔들렸다) 2월 3일은 당의 낡은 과거와 미래가 부딪치는 날이다. 과거가 승리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갈 것이기 때문에 그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향하는 새로운 당 모델은 어떤 건가.

“지금은 운동권 출신의 정당이란 얘기를 듣고 있지만 소위 ‘88만원 세대’로 통칭되는 젊은 세대와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변신하겠다. 비판보다는 대안을, 주장보다는 소통을 중시하는 열린 진보 정당이 돼야 한다. 그동안 과도하게 의존했던 민주노총과의 관계도 재정립하겠다.”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의 ‘제3의 길’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 대선에서 국민은 과거 열린우리당이 내세운 ‘유연한 진보’에 대해 엄중한 심판을 내렸다. 그런데 손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보다 더 오른쪽에 있다. 손 대표가 말하는 ‘제3의 길’은 진보보다는 한나라당에 가까운 ‘신보수주의’다.”

-바빠서 가정에 신경 쓸 틈이 없을 텐데(심 대표에겐 노동운동을 하다 만난 남편 이승대(52)씨와 대안학교에 다니는 중3 아들이 있다).

“남편 외조가 정치하는 데 가장 큰 힘이다. 요즘엔 아예 직장생활을 접고 내가 출마하려는 고양 덕양갑 지역에서 선거 지원에 전념하고 있다. 아들은 통 신경을 못 썼는데 혼자 꿋꿋하게 잘 컸다. 아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자기 얘기 하지 말라고 한다. 엄마의 인생에 연루되고 싶지 않다나. 하하하….”

김정하·김경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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