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봄의 生體리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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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만물이 기지개를 켜는 봄이다.하루하루를 기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은「계절 바뀌는 것도 모르고 산다」고 푸념들이다.시간적.정신적 여유가 그만큼 없다는 얘기들이다.왜 그럴까.인간이 접하는 시간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생체(生體)에 내 재(內在)된시간이 그 하나다.개개인이 나름으로 느끼는 육감적 시간이다.외부에서 부과된 시간이 다른 하나다.스케줄과 시간표 마감시간등으로 사회적으로 얽매인 시간이다.
이 둘의 리듬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니고 갈등과 긴장을 끊임없이 불러온다.낮이 길어지고 바깥기온이 따뜻해지면 모든 생물들은활동에의 충동을 받는다.인체 역시 예외가 아니고,생체시계는 봄이 되면 어김없이 길어진 낮시간에 알맞게 시간을 다시 맞춰 놓는다고 한다.24시간 주기(周期)의 생체시계는 언제 잠을 자고,식사를 하고,외출을 해야할지를 알려준다.갖은「굴레」로 이 본유(本有)의 생체리듬을 억압하는 데서 현대인의 비극은 싹튼다고한다.계절변화를 알리고,이에 적응 하는 인간의 생체시계에 남녀가 유별하다는 미국 국립보건연구소의 연구결과가 주목을 끈다.
계절변화에 여성들의 생체시계는 민감하게 적응하는 데 반해 남성들은 거의 무감각하다고 한다.현대 남성들의 귀에 「계절의 노래」는 체질적으로 잘 들리지 않는다는 얘기다.생체시계의 리듬은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에 주로 좌우된다.밤이 긴 겨울철,여성들이잠잘 때 뇌속의 멜라토닌 분비는 크게 증가하고 여름에는 뚝 떨어진다.반면 남성들의 분비는 거의 일정하다고 한다.그 이유는 아직은 미궁(迷宮)이다.여성들의 월경(月經)은 음력주기에 더 가까워 남성들과는 또다른 복잡성을 보인다.남성들은 인공조명에 민감하지만 여성들은 체질적으로 자연의 빛에 민감하다고 한다.
겨울철 여성들의 우울증등 계절적인 이상심리현상은 영어의 머리글자를 따「SAD」로 불린다.「슬프다」의 영어와 일치한다.현대산업사회가 빚어내는 휘황찬란한 인공적 조명들이 길어진 낮과 따뜻한 햇볕에 대한 남성들의 감각을 무디게 만든다는 추론(推論)도 곁들인다.생물학과 사회행태학이 맞물리는 새로운 분야다.데이트장소로 어둡고 인공조명이 요란한 곳은 좋지않다는 권고도 된다.나이트클럽의 번쩍거리는 조명이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줄지는 모른다.그러나 생체리듬을 마비시키 고 계절을 잊게 만든다는얘기는 모든 남성들이 귀담아 들어둘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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