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EU와 협력다진 순방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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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프랑스.독일.영국.체코.벨기에등 5개국 공식방문및 덴마크에서 열린 유엔사회개발정상회의 참석후 15일 귀국한다.집권 중반기를 맞은 金대통령이 세계화를 내건 후 첫 순방지로 유럽 선진5개국을 방문했다는 점에 우 리는 몇가지를 기대하고 경계한다.
우선 국력에 걸맞은 우리 외교의 다변화(多邊化)에 대한 기대다.코펜하겐에서 13개국 정상을 한 자리에 초청할 수 있었던 데서 보듯,우리 국력은 세계를 상대로 한 역동적 외교를 펼쳐야할만큼 커졌다.각국과의 쌍무관계는 물론,다자관계 에서도 우리 국익을 지키고 반영해야 할 요구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金대통령의 이번 유럽순방은 적절했다고 본다.
우리의 국제적 지위에 상응하는 책임과 역할을 하겠다는 金대통령의 천명과 함께 우리의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지지노력은 의미있는 활동이라 평가된다.특히 날로 위세를 강화하는 유럽연합(EU)과의 협력증진은 한층 추구돼야 할 일이다.
다만 쌍무관계에 대한 이러저러한 합의와 논의가 입발림으로 끝나지 않도록 해야함은 물론이다.外규장각 도서의 「임대반환」에 대한 프랑스의 약속이 미테랑대통령의 이례적 의전(儀典)환대속에슬쩍 비켜가는 듯한 사태가 다른 합의에서도 재발 돼서는 안된다. 유럽에서 국력에 비해 덜 대접받고 덜 알려진 우리 실정을 감안해 이번에 우리의 문화를 홍보하는 기획이 세일즈외교와 더불어 이뤄졌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대통령의 다음 순방에선 이런 점도 참고됐으면 한다.
우리가 가장 기대하는 것은 金대통령과 수행원들이 세계화된 英.佛.獨의 「더불어 사는 지혜와 제도」를 현장에서 보고 겪은 성찰이 우리의 세계화정책에 어떻게 투영될 것인가다.특히 통합과조화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다.우리 세계화의 최우 선 과제중 하나는 엉망진창의 국내정치를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세계화된 유럽을 순방한 金대통령의 노고가 값진 결실을 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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