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그린벨트 都賣시장 괜찮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부가 개발제한지역(그린벨트)에 손 댈 때마다 예외없이 논란이 일고 있다.행정관리가 부실해 그린벨트가 망가지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 때문이다.그만큼 그린벨트를 보호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 71년 그린벨트가 설치된 이후 지나치게 경직적으로 운영돼온 측면도 없지 않아 숱한 민원(民願)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그때문에 지난 93년말 현실에 맞춰 법(法)이 대폭 개정됐고,그에 따라 건설교통부는 도시계획법 시행규 칙을 고쳐 그린벨트 규제를 다시 대폭 완화해 14일부터 시행키로 했다.그린벨트 안에 지을 수 있는 농업관련 시설범위를 확대하고, 14개 시.군.구에 고등학교가 들어설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번 조치 가운데서도 논란의 소지는 적지 않다.특히 지난 1년여동안 특혜시비를 빚었던 부산(釜山)해운대구의 그린벨트에 제2농산물도매시장 설립을 허용키로 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물론 부산지역이 그린벨트가 유독 많고, 도매시장건립에는 상당한 땅이확보돼야 한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농업경쟁력 강화」때문이란 정부의 허용배경은 설득력이약하다.농업경쟁력은 영농의 과학화등 다른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하필 그린벨트에 도매시장을 세워 경쟁력을 높이겠다니 납득이 안간다.도매시장설치는 그린벨트 지정목적에 맞 지 않는다고 해서 정부내에서도 계속 논란을 빚었던 사항이 아닌가.
특히 도매시장설치 허용을 부산의 특정지역에 한해 예외적으로 인정한 것도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이 점을 의식한 탓인지당국자는 타지역에서도 요청이 있으면 검토하겠다고 단서를 달고 있어 그린벨트 보존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더구나 이번 조치는 지자체(地自體)선거를 앞두고 단행됐다.이를 계기로 그린벨트에 대한 각종 민원을 더욱 자극해 지난 24년동안 우직하게 지켜온 그린벨트가 전면 훼손되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그린벨트에 대한 규제완화는 누구도 시비걸 수 없는 대원칙하에서 최소한으로 하되 위법자에 대한 처벌을 철저히 하는 행정의 사후관리가 꼭 뒷받침돼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