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PR의 과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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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PR는 대외관계(Public Relations)를 의미한다.
일방적인 선전이나 홍보가 지나쳐「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만 알린다」는 비아냥도 생겨났다.임기응변의 눈가림이 국가나 정부 거대기업을 곤경에 몰아넣는「PR의 재앙」도 여기서 빚어진다.「PR의 아버지」에드워드 버나이스가 9일 보스턴근교 자택에서 1백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PR의 정의(定義)를 만들고,이를 비즈니스화하고,또 「과학」으로 끌어올린 파이어니어다.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태어나 미국(美國)에서 자란 그는 세기적정신분석학자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조카였다.코넬대학을 나와 외삼촌인 프로이트 저서의 번역출판 일을 하던 그는 1923년 PR의「성서(聖書)」격인『여론의 결정화(結晶化)』를 출간했다.
22년 뉴욕대학에 PR학 강좌를 처음 열었고 윌슨.쿨리지.후버.아이젠하워등 대통령들의 PR는 물론 자동차왕 헨리 포드,발명왕 에디슨,무용가 니진스키와 전설의 테너 엔리코 카루소의 PR도 자문했다.그는「공중(公衆)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사회적태도와 행동」을 PR로 정의하고 과학적 여론조사와 심리학적 분석을 통해「응용사회과학」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PR를 업(業)삼아 뛰는 동안 그는 『신문사에 찾아가 부탁한적은 한번도 없었다.대중이 자발적으로 호응할 수 있는 상황을 항상 창조했다』고 회고했다.미국 식품점에 맥주판매가 허용된 것은 그의 PR 덕분이다.맥주에 대한 경계심을 풀 기 위해 그는맥주를 즐겨 마신 미국 개국(開國)공신들의 음주습성을 조사,이를 애국행위와 연결시키고 주의회 의원들에게 진정서 보내기 캠페인을 조직,판매허용입법을 속속 유도해냈다.
목욕할 때 비누거품이 눈에 들어가 어린이들이 비누를 기피하자비누에 친근감을 갖게하기 위해 비누로 조각품을 만드는 전국 어린이 비누조각품대회를 창설했다.이후 연간 2천2백만명의 어린이들이 이 대회에 참가했다.민주주의 개념의 PR를 인도(印度)정부에 자문하고,노조와 민권단체등에 시민권 PR도 자문했다.히틀러의 선전장관 괴벨스의 책상 서랍속에 그의 저서 『여론의 결정화』가 항상 들어있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91년 1백회 생일때의 한 인터뷰에서 그는 『어중이떠중이들이왜곡과 각색을 일삼는 것이 오늘의 PR』라고 개탄했다.『당당한원칙과 진실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태도변화를 유도하는 기술이 PR』라고 했다.공보(公報)의 「정치」 만 있고 PR의「과학」은 드물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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