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진단>또 오르는 버스料 인상이 능사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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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의 버스요금이 20일부터 오른다.재정경제원의 「물가정책」과 서울시의「원가보전」주장이 서로 팽팽히 맞선 끝에『시내버스 3백20원,좌석버스 7백원,그리고 7월께 재검토』로 결말이 났다. 올해도 돈을 내는 시민의 의견은 들어보지도 않고 정부와 업자가 알아서 버스요금을 결정했다.
서울시가 밝힌 승객 1인당 직접운송원가는 2백75원.여기에 일반관리비.적정이익을 합해 3백40원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서울시는 폈다.인건비는 직접원가의 60%선인 1백62원,기름값.타이어비등 차량유지비는 50원이 채 못되는 왜곡된 원가구성이다.
서울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의 의뢰로 한국생산성본부가 산출한 이 원가를 서울시가 인정한 것이다.그러나 서울시가 좀더 객관적인 방법으로 시내버스 원가를 산출해 제시할수는 없었는가.검증 안된 수치로 정책을 펴는 서울시를 시민이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더구나 원가가 올랐다고 그게 왜 모두 시민의 책임인가.도로혼잡으로 인한 원가상승은 이용자의 책임이 아니다.왜 수익이 좋다는 좌석버스 요금을 더 올렸는가.시내버스 요금을 왜 두번에 걸쳐 올리려고 하는가.내년에도 또 물가핑계를 대면서 조금 올린다는 생색으로 이런 일을 반복할 것인가.시민의 답답함은 끝이 없다. 매년 요금을 올리는 방법만으로는 버스문제를 풀 수 없다.
오히려 문제를 더 고질화시키는 1회성 처방일 뿐이다.구조적인 문제에 손을 대야하는데 책임지고 일을 추진하는 사람이 없다.
우선「노선별 채산제도」를 고쳐야 한다.서울에는 적자노선도 있지만 이른바 황금노선도 꽤 있다.적자보전을 위해 요금을 올려주면 황금노선은 앉아서 돈을 번다.그러나 초과이익을 적자노선에 배분할 리 없다.그래서 요금을 올려도 적자업체는 줄지 않고 서비스 개선은 안된다.불평 끝에 버스를 떠난 시민이 지난 5년간40%나 된다.
굴곡.장거리노선도 문제다.승객이 버스정거장까지 가는게 아니라오히려 버스가 승객을 찾아 오는 형태다.버스가 혼잡지역을 골라지그재그로 중복 운행해 운행시간이 길어진다.어떻게든 승객을「내버스」에 많이 태우려는 노선경쟁이 오히려 버 스를 외면하게 만든다. 이대로 가면 버스업은 더욱 어려워진다.정부가 빨리 나서야 하고,그 방안은「공영화」 아니면 「재정보조」중 하나.
다른 나라에는 공영(公營)이 많지만 우리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영국의 노선별 재정보조정책이 오히려 매력있다.시민편의위주로 버스노선 전체를 다시 짜고 노선별로 운행조건을 정한 다음,적자가 예상되는 노선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식이다.버스노선이 단순해 효율적이고 적자노선에만 보조금을 주면 되니까 비용도 최소화된다.
정부는 물론 버스운영에 개입해야 한다.그러나 1차적인 목표는시민의 혜택을 극대화하는 것이지 업체의 육성은 아니다.노선재편.운영개선은 버스를 다시 한번 시민 모두의 발로 만드는 지름길이다.정부의 지혜와 단안(斷案)을 기대하는 사람 이 많다.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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