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먹는’ 문경온천 적자 어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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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시가 운영하는 문경읍 하리 문경온천이 경영 개선을 위해 지난 15일부터 요금을 내렸다. [문경시 제공]

문경시는 수익사업으로 자체 운영하는 문경온천(문경읍 하리 소재)의 요금을 지난 15일 인하했다.

다른 지역 출신 어른은 7000원, 문경시민 5000원이던 요금을 5000원으로 동일하게, 단체손님(20명 이상)은 1인당 6000원에서 4000원으로 각각 내린 것. 외지인의 불만을 해소하고 더 많은 입욕객을 유치해 연간 2억원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최근까지 요금 인하로 입욕객이 하루 수십명씩 늘긴 했으나 수입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경온천이 자칫 예산만 낭비하는 골칫덩이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문경시에 따르면 2006년 3월 개장한 문경온천은 2006년 1억7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목욕료 수입이 6억1900만원으로 인건비·연료비 등 지출 7억2700여만원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2007년에는 11만4500여 명이 입장해 수입은 5억9100여만원을 기록했지만 지출이 7억9400여만원이나 돼 역시 2억300만원의 적자를 냈다.

문경온천은 1996년 개장해 2004년 12월까지 운영하던 기존 문경온천을 헐고 36억원을 들여 새로 지은 것. 문제는 이 온천의 적자가 이미 예견됐다는 점이다. 2001년 3월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민간인이 운영하는 문경종합온천이 생기면서 2002년까지 흑자를 기록하던 기존 문경온천이 2003년 4400여만원, 2004년 8350여만원의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적자를 면치 못하던 옛 온천을 헐고 새 온천을 지었으나 역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15일 이후 입욕객은 하루 수십명씩 늘어났으나 요금 인하로 전체 수입에는 변화가 없었다. 문경온천개발사업소 관계자는 “입욕객이 많이 늘려면 21㎞ 떨어진 점촌 주민이 많이 와야 하지만 왕복 버스요금만 5000원이 들어 이마저 힘들고 외지인이 많이 늘어나기도 어렵다”고 걱정했다. 문경온천이 요금을 인하하자 인근 문경종합온천도 반발하고 있다.

문경종합온천 관계자는 “세금 받아 운영하면서 요금을 대폭 인하하면 지역업체를 죽이자는 뜻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온천은 어른 6000원, 어린이(3~13세) 5000원을 받지만 할인쿠폰을 제시하는 이마트 고객(어른)에게는 4000원을 받는 등 문경온천과 경쟁하고 있다.

문경시는 이에 따라 온천의 경영 수지 개선을 위해 오는 3~4월 9000여만원을 들여 등유 보일러를 LPG(액화석유가스) 보일러로 교체할 계획이다. 연료비가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서다. 또 적극적인 대외 홍보와 할인 혜택 확대를 검토 중이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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