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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풍속 복조리 되살리는 ‘우리 문화 지킴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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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경운박물관의 설영자 운영위원, 이명희 관장, 장경수 운영위원장(왼쪽부터)이 우리 전통을 알리기 위해 인천공항에 장식할 대형 복조리를 만들고 있다. [경운박물관 제공]

“우리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하면서도 정작 복을 나누는 상징물인 복조리는 잘 몰라요. 매년 크리스마스 장식은 하면서 새해에 우리네 복조리를 걸 생각은 못하는 것 같아요. 제일 큰 명절인 설을 대표하는 전통이 사라져가는 것 같아서 아쉬웠어요.”

경기여고 부설 경운박물관 장경수(62) 운영위원장은 복조리에 오색 종이 끈을 꼬아 장식하느라 분주했다. 장 위원장을 비롯한 경운박물관 자원봉사자들 주위엔 대나무를 가늘게 쪼갠 죽사(竹絲)로 만든 복조리가 풍성하게 쌓여있었다.

“새해에 복조리를 나누는 건 우리 전통 중에 가장 긍정적인 풍습이에요. 동지엔 액운을 쫓는다고 팥죽을 먹고 정월엔 부스럼 나지 말라고 부럼을 깨잖아요. 액땜을 위한 풍습이 많은데 긍정적인 건 많지 않아요. 그런데 복조리는 복을 불러들이는 거죠. 엿을 담아 선물하면 올 한해 달콤하라고, 곡식을 담아 선물하면 풍요한 한 해가 되라는 뜻입니다. 복조리에는 얼마든지 좋은 뜻을 담을 수 있어요.”

우리 풍습도 되살리고, 복을 함께 나누자는 뜻으로 나선 것이다. 300개의 복조리를 마련해 주위에 선물하고, 모교 후배들의 교실마다 하나씩 걸어놓기로 했단다. 인천국제공항에 대형 복조리를 전달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우리 문화를 알릴 생각이다.

하지만 좋은 취지라도 전통을 답습하는 데 그치는 건 아닐까? 장 위원장에게 그런 말을 했더니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라고 했다.

“집집이 대문에 복조리가 걸려있는 걸 한 번 떠올려보세요. 그만한 명절 장식이 없을 거예요. 복조리는 응용이 쉬워서 장식용으로도 훌륭하거든요. 버들가지만 얹어놔도 훌륭한 꽃꽂이 장식이 되는 식이죠.”

장 위원장이 몸담고 있는 경운박물관은 경기여고 동문이 팔을 걷어 2003년 모교 안에 설립했다. 개관 이후 ‘근세 복식전’ ‘그리운 저고리전’ 등 전통 생활문화를 주제로 한 전시회를 지속적으로 열어왔다. ‘우리문화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온 것이다.

경운미술관은 앞으로도 이런 역할을 계속할 계획이다. 매년 24절기 중 하나를 주제로 잡아 관련된 전통을 찾아 알리는 것이다.

“우리한테는 칠월칠석이 있잖아요. 밸런타인데이니, 빼빼로 데이니 유행에 휩쓸리는 것보다 아름다운 우리 풍습을 지킬 수 있음 좋을 거예요.”

장 위원장은 서양화가 고 장욱진(1917-90)화백의 장녀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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