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에겐 ‘리딩 로그’ 쓰게 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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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아인슈타인 남매’로 유명한 진경혜씨 가족. 왼쪽부터 아들 쇼군, 남편 가쓰라 야노씨, 진경혜씨, 사유리양. [진경혜씨 제공]

9세에 미국 시카고 로욜라대에 입학한 ‘최연소 대학생’ 쇼 야노(18)군, 10세에 트루먼대에 입학한 사유리 야노(12)양은 미국에서도 ‘리틀 아인슈타인 남매’로 유명하다.

일본인 남편 가쓰라 야노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남매를 키운 진경혜씨가 최근 『엄마표 홈스쿨링』(중앙북스) 시리즈를 냈다. 23일 밤 9시(현지시간) 시카고 자택에서 경쾌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은 진씨는 “홈스쿨링만으로 초등생 자녀의 글쓰기·독서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를 스토리텔러로 만들자

쇼는 대학 인문학 과목에서 올A 학점을 받고 14세에 과학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쇼가 ‘글자 중독증’이란 말을 들을 만큼 책을 즐겨 읽은 결과다.

진씨는 “아이들이 무릎에 앉을 수 있는 생후 6개월부터 부부가 스토리텔러가 됐다”고 했다. 책 제목과 저자 이름을 큰소리로 읽어 주고 삽화도 꼼꼼히 살핀 후 책장을 넘겼다.

책을 읽은 뒤엔 ‘어떤 교훈을 받았는지’ ‘사건 후 줄거리가 어떻게 전개됐는지’ 등을 스토리텔링 식으로 요약해 말하도록 했다. 진씨는 “두꺼운 책은 아이 혼자 읽은 뒤 질문을 던지면, 자녀가 선생님이 된 듯한 기분을 느껴 더 열심히 책을 읽는다”고 말했다.

쇼와 사유리는 일주일에 한 권씩 독후감을 썼다. 크레용을 손에 쥘 때부터 ‘그림 독후감’을 썼다. 아이들이 한 장르를 두세 번 반복하면 장르를 바꾸도록 했다. ‘독서 편식’을 막기 위해서다.

◇‘독서 이력서’ 쓰게 하자

진씨는 “미국의 상당수 공·사립 초등학교가 학생들에게 독서 이력서(Reading Log)를 쓰게 한다”며 “집에서 엄마가 리딩 로그를 관리해 주면 효과적”이라고 했다.

리딩 로그는 ‘예비 독후감’으로 생각하면 된다. 제목·저자·장르·페이지 수·느낌·끝마친 날을 기록한다. 느낌 대신 내용을 두 문장으로 요약해도 된다. 대신 잠깐 훑어본 책은 기록하지 않는다. 진씨는 “아이들이 읽은 책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고 균형 잡힌 독서를 할 수 있다”며 “두 문장짜리 독후감은 두뇌회전 훈련에도 좋다”고 말했다.

◇자녀를 객관적으로 보자

진씨는 “원문을 읽는 게 좋지만, 아이들이 버거워 할 땐 쉬운 책부터 읽히면 된다”고 했다. 쇼와 사유리는 읽기가 습관이 된 뒤 단계적 독후감 쓰기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일기를 쓸 때는 하루 전체를 회상해서 쓰는 대신 ‘하굣길에 친구와 나눈 대화’ ‘맛없는 학교 급식’ 등 기억에 남은 특정 시간대의 이야기를 쓰게 했다. 남매는 일찍부터 컴퓨터로 글을 썼다. 글 내용을 편하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신문 대용으로 ‘홀리데이 뉴스레터’도 꾸몄다.

진씨는 “초등학교 3학년까진 글쓰기 학원을 보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사고력이 발달하는 4학년 이후 보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엄마가 조바심을 내면 안 된다는 충고다.

“미국에도 시간당 10만원이 넘는 고액 과외를 받는 아이가 많아요. 모임에서 하버드대 출신을 가정교사로 쓰는 엄마도 만났어요. ‘시골 대학을 나와 어떻게 집에서 아이를 가르친다는 거야’ 하는 소리도 들었죠. 하지만 아이를 키울 땐 눈을 감고 귀를 씻어야 해요. 자녀는 객관적으로 보면서 여유를 갖고 교육해야 합니다.”

박길자 기자 dream@joongang.co.kr

책과 친해지는 독서 지도법

▶ 책만 강요하지 말고 신문·잡지·카탈로그·백과사전을 읽기 자료로 활용한다.

▶한 챕터씩 소리 내어 읽게 한 후 녹음해서 다시 듣도록 한다.

▶요리를 좋아하면 레시피를 읽히고, 모형 비행기와 공룡 만들기를 좋아하면 조립 설명서를 스스로 읽도록 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족이 함께 읽는 시간을 갖는다.

▶같은 책만 ‘편식’하는 아이라면, 비슷한 내용의 책을 두 권 읽힌 뒤 비교해서 스토리의 비슷한 부분이나 크게 달랐던 부분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도움말: 진경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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