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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판 학교' 11곳 재배정 줄소송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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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공사판 학교'에 학생들을 등교시키는 것은 잘못이라는 26일 수원지법의 결정이 일파만파를 몰고오고 있다.

안양 충훈고처럼 새 학기를 코앞에 두고 공사 중 부분 개교하는 학교는 전국적으로 11곳.

공사판을 피해 인근 초.중학교 교실에서 더부살이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뿐 아니라 원거리 배정된 학생.학부모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재배정을 요구하는 '줄 소송'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전국 공사판 학교=신도시 건설이나 택지개발 등으로 인구 유입이 이어지고 있는 경기도와 인천이 가장 심각하다. 공사판 학교는 둘로 나뉜다. 1학년만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공사가 진척돼 부분 개교하는 학교는 충훈고를 포함해 인천 삼목초등학교 등 6곳이다.

공사 진척도가 50%도 안돼 도저히 이 학교에서 배울 수 없어 타학교를 이용해 개교하는 학교는 경기도 덕계고 등 5곳이다.

경기도 덕계고.병점고는 인근 초.중학교에서 입학식을 하고, 더부살이 수업을 하다가 1학기가 끝날 때쯤에야 새로 지어진 학교로 옮긴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우선 1학년만 사용할 교육시설이 완성되면 개교하는 것이 관례며, 타학교 개교 역시 지역 주민들이 조기 개교를 원해 생긴 것이어서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원은 공사진척도 80%인 충훈고에 대해 "학습권을 침해할 정도의 시설 미달"로 평가했다. 교실과 운동장만 정상적인 이용이 가능하고 식당 등 부속시설은 정상 사용이 당분간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이 정도 기준이라면 다른 공사판 학교 역시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준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 타학교에서 더부살이해야 하는 학생들도 열악한 학습환경에 불만을 보이고 있다.

◇평준화 논란=경기도교육청은 "충훈고의 재배정 요구를 수용할 경우 안양지역 5개 학군 5만여명의 재배정 요구 사태가 발생한다"며 재배정 불가 입장을 재차 밝혔다.

고교 평준화지역에서 이미 배정된 학생이 입학을 포기할 경우 같은 연도에 다른 학교에 갈 수 없다는 법 규정을 근거로 해서다. 학교 정원대로 학생을 골고루 채우는 평준화체제는 재배정을 허용할 경우 붕괴할 수 있다고 도교육청은 우려하고 있다. 대신 미등록한 학생 148명을 설득해 등록을 유도한 뒤 타학교로 전학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교육부도 이번 법원의 결정이 공사 중인 학교의 시설 미비를 지적했을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원거리 학교로 배정됐거나 원하는 우수 학교에 배정되지 못했다는 불만 정도로는 재배정을 요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교육부 김정기 교육자치심의관은 "앞으로는 신학기 개학 전 완공이 확실한 학교에 한해서만 학생 배정을 실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수원=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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