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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그가 사면 뭔가 있다? … 급락장서 사들인 ‘미래에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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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외국인이 주식을 팔 때 우리는 샀다. (최근 증시 급락에 대해) 펀드시장 점유율 1위 회사로서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

 미래에셋 금융그룹 박현주(그림) 회장의 말이다. 그는 요즘 두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밖으로는 증권시장의 안전판 역할이다. 미래에셋의 국내 펀드시장 점유율은 30%가 넘는다. 증시가 급락하자 투자자의 눈길은 일제히 미래에셋으로 쏠렸다. 더욱이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계속 팔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 그렇다. 그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시장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안으로는 지난해 내놓은 ‘미래에셋인사이트’ 펀드의 명예도 회복해야 한다. 인사이트 펀드는 미래에셋이 중국 펀드의 대안으로 내놓은 차세대 야심작이다. 지난해 10월 출시하자마자 4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그러나 연초 전 세계 증시의 동반 하락으로 설정 후 수익률이 -22%로 곤두박질했다. ‘미래에셋’이란 브랜드를 믿고 돈을 맡긴 투자자에겐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자칫 실망감이 환매로 이어지면 미래에셋 펀드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안팎의 도전에 직면한 박 회장의 해법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국내 증시를 어떻게 보나.

 “한국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변화가 없다. 단지 미국·유럽 투자자가 과도하게 주식을 팔아 주가가 떨어진 거다. 긴 안목으로 본다면 지금이 오히려 국내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다. 외국인이 주식을 팔 때 우리는 한국 대표 기업 중 주가가 많이 떨어진 종목을 과감하게 샀다.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종목 위주였다.”

 -미래에셋 펀드가 많이 편입한 종목이 외국인 매도 공세의 표적이라는데.

 “과장됐다. 미래에셋 펀드에 편입된 종목은 공시에 다 나와 있다. 게다가 외국인 매도 공세는 대략 마무리된 게 아닌가 싶다. 외국인이 국내 기업과 합작 또는 제휴하면서 산 지분이 많다. 이런 지분은 주가가 떨어진다고 팔 수 있는 게 아니다.”

 -외국인이 떠나면서 국내 증시에 수급 불균형이 생긴 게 아닌가.

 “당장은 그렇지만 길게 보면 아니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연기금의 주식 매수 여력이 엄청나다. 퇴직연금도 앞으로 5년 안에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다. 게다가 국내 투자자의 수준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주가가 떨어진다고 한꺼번에 돈을 빼지 않는다. 최근 주가가 떨어지니까 되레 주식형 펀드로 돈이 들어오고 있다.”

 -중국시장을 여전히 좋게 보나.

 “한국처럼 자원도 없고 인구가 적은 나라도 30여 년 고속성장 하지 않았나. 중국이 그동안 얼마나 성장했다고 벌써부터 경착륙 운운하는 건 중국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중국은 앞으로도 성장잠재력이 크다고 본다. 브라질·러시아와 같은 신흥시장도 상당기간 미국·유럽·일본과 같은 선진시장보다 더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도 홍콩 증시는 지난해 너무 오른 것 아닌가.

 “국내 펀드는 홍콩 H주(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 주식)에 주로 투자한다. 똑같은 주식이 상하이 증시에 A주로도 상장돼 있다. H주는 외국인이 투자할 수 있지만 A주는 투자할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불거지자 미국·유럽 투자자가 H주를 집중적으로 팔았다. 이 때문에 같은 회사 주식인데 H주의 가격이 A주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순전히 외국인 매도 공세 때문에 그런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중국 투자를 줄일 때가 아니라 늘릴 때다. 우리도 중국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그는 24일 홍콩으로 출장을 떠났다. 최근 홍콩 증시 폭락으로 위축된 현지 직원들을 격려하고 시장 상황도 점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인사이트 펀드 판매 시점이 나빴다는 얘기가 있다.

 “당시 인사이트를 내놓지 않았다면 돈이 전부 중국 펀드로 들어왔을 거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펀드로 하루 5000억원씩 쏟아졌다. 중국 펀드로 다 몰아가선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인사이트 펀드는 전 세계 주식·채권·원자재 등에 분산 투자한다. 이 때문에 연초 중국 증시는 급락했지만 인사이트는 중국 펀드보다 수익률이 덜 떨어졌다.”

 -인사이트 펀드 투자자들이 언제까지 기다려 주지만은 않을 텐데.

 “피델리티 펀드가 왜 수십 년간 세계 1위 뮤추얼 펀드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우리 부모 세대에게 성공 경험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펀드는 장기투자이기 때문에 성공 경험이 가장 큰 자산이다. 미래에셋은 근 10년 동안 투자 성과로 투자자의 신뢰를 쌓아왔다. 단기간 수익률이 나쁘다고 떠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2001년 2월 내놨던 ‘미래에셋인디펜던스’ 펀드도 7개월 후 9·11이 터지는 바람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지만 지금은 주가지수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지 않는가. 성공 경험이 있는 투자자는 참을 것이다.”

 -수익률 회복은 언제쯤 가능하다고 보나.

 “과거 인디펜던스는 돈이 초기에 적게 들어오고 나중에 많이 들어와 수익률 회복이 빨랐다. 하지만 인사이트는 초기에 돈이 많이 들어와 수익률 회복도 그만큼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다만 인사이트는 성장하는 시장이나 분야에 집중 투자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펀드이기 때문에 시장이 반등하기 시작하면 빠르게 수익률을 회복할 것이다. 충분한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글=정경민 기자,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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