音大출신 작곡가들 가요.CM등 실용음악에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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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대학에서 정식 음악공부를 한 순수음악 전공자들이 대중음악 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있다.
음대에서 클래식이나 민속음악등에 관한 전문교육을 받은 것과 달리 일반 가요는 물론 영화음악.방송삽입곡.CM.행사배경음악.
음향효과에 이르기까지 이른바「실용음악」으로 방향을 잡는 전공자들이 부쩍 늘고있는 것이다.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는 대중음악 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장르를 통틀어 일컫는다고 할 수 있는 실용음악에 이들이 몰리는것은 순수.대중음악을 나누는 이분법에서 벗어난 탈장르현상이 확산되는 한편 이 분야에선 구체적인 작품성과를 쉽게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용음악의 열풍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컴퓨터 음악기술이 보편화되면서 기본적인 음악이론에 정통한 음대출신들이 한층 유리하다는 점에도 직접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작곡을 전공한 대부분의 학생은 역사적인 명곡을 만들기가 어려울 뿐 만아니라 마땅히 취직하기도 쉽지않아 거의 예외없이 컴퓨터 음악과 실용음악연구에 몰두하고 있다.더구나 지금까지 대중적으로 알려진 몇몇 선배는 이들에게 대중음악 진출의 모델이 되고있다. 한양대 작곡과 출신으로 요절한 싱어송라이터 유재하는 이분야의 선구자격으로 그가 남긴 명작들이 아직도 애창되는 등 점차 신화적인 인물로 칭송받고 있다.
또 서울대 국악과 출신으로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를만들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한 박광현과 뛰어난 기량의 재즈피아니스트 이경영은 「데이지」라는 그룹을 결성해 재즈를 우리 가요에 도입하고 있다.
추계예대에서 국악을 전공한 주병선은 『칠갑산』이라는 전통적인냄새가 짙은 노래를 불러 대중가수로 입문했으며 서울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유정연(30)은 이문세.이승철 등의 히트작을 연달아 발표해 최근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작 곡자로 떠올랐다. 장혜진의 최근 히트곡 『내게로』를 작곡해 다시 한번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유정연은 서정적이면서 따뜻한 발라드곡을 매끄럽게 작.편곡하는 솜씨로 음반기획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있는 음악인이다.
서울음대와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한 마도원(30)역시 버클리 음악학교에서 재즈작곡을 연구하고 돌아와 컴퓨터 음악(MIDI)전문 강사로 이 분야 작곡자들을 길러내고 있다. 유재하 뒤를 잇는 싱어송라이터를 길러내기 위한 「유재하음악콩쿠르」에선 유희열(서울대 작곡과).곽상엽(서울대 작곡과)등이 우승하면서 빼어난 음악실력을 대중음악에 적용시키고 있다.
이밖에 서울대 국악과 민경현은 「올터너티브」음악을 구사하는 것으로 지칭되는 그룹「토마토」에서 활동하기도 했고 추계예대 작곡과 출신의 김창영(28)은 MBC-TV『2580』의 삽입곡을고정적으로 만들고 있으며 서울대 작곡과 김영식( 26)은 아카펠라 그룹「인공위성」의 히트곡들을 작.편곡했다.
지난해 가수 양수경과 야구선수 선동열의 듀엣앨범을 기획하기도한 박성준(서울대 음대졸)은 이에대해『음악전공자들이 대거 대중음악 제작에 나서는 것은 우리 음악수준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蔡奎振.李長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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