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열 내수침체 英경제 이중구조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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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영국정부가 고민에 빠져있다.
지나치게 과열돼있는 수출부문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내수부문 사이의 불균형을 해소할 묘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수출부문에 대한 진정책이 안그래도 시들시들한 내수부문에 치명적인 독약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영국경제 의 딜레마는 수출업종의 호황과 내수업종의 불황으로 뚜렷이 대비되고 있는 최근 우리 경제의 현실과도 유사한 측면이많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紙에 따르면 최근 영국의 각종 경제통계는 수출부문과 내수부문의 2중구조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수출부문은 외국으로부터 밀려들고 있는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반면 내수부문은 언제 불 황으로회귀할 것인가에 대한 우울한 추측들 뿐이다.
자동차 산업이 가장 두드러진 예다.지난달 영국에서 생산된 승용차는 12만여대로 지난해 1월에 비해 20%나 늘었다.이 기간 수출용 자동차 생산은 거의 두배로 늘어난 반면 내수용은 20%나 줄었다.기계공구업계의 사정도 비슷하다.지난 해 12월 내수 판매는 5% 감소했지만 수출은 두배로 폭증했다.수출부문의과열 기미는 수출이 전체 생산의 3분의1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제조업계는 지난 1월 제조업 제품의 공장도 가격을 0.9% 올렸다.연율로 는 3.4%로 11개월만에 최고치였다.제조업계의 가격 인상은 지난 10여년간 꾸준하게오른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쏟아져 들어오는 외수(外需)를 맞추기 어려워진 제조업자들이 내수용 제품가격까지 올리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수출부문의 과열에서 비롯된 물가상승 압력이 아직은 소비자물가에까지 미치지는 않고 있다.그러나 재무부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수출에 의한 성장이 내수에 의한 성장에 비해 인플레이션유발효과가 적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실토할 정도로 최근의 물가상승 압력은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당국의 진짜 고민은 이런 상황에서 취할 마땅한 정책수단이 없다는데 있다.교과서적으로 보자면 가장 바람직한 조치는 파운드貨의 평가절상이다.파운드화의 가치가 올라가면 수출업자들은 불리해지지만 국내물가의 안정에는 상당한 도움이 된다.과 열된 수출부문을 다소 진정시키면서 물가도 잡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그러나 파운드화는 최근 영국의 정치불안으로 인해 독일 마르크화에 대해 오히려 평가절하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를 올리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금리가 오르면 파운드화의가치가 절상될 수있기 때문이다.그러나 금리를 올리면 침체에 빠진 내수부문이 더 큰 타격을 입게 된다.게다가 이로인해 보수당정권의 인기가 하락하면 파운드화의 가치가 역으 로 더 떨어져 치명적인 자충수가 될지도 모른다.
결국 영국정부가 취할 수있는 선택은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는대신 내수부문을 희생시키느냐 아니면 파운드화가 평가절상되도록 기도나 하고 앉아 있느냐 둘중의 하나다 鄭耕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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