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인간의 안전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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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92년도 전세계 개발도상국들의 군사비는 약 1천2백50억달러에 달했다.이들에게 무기를 주로 공급한 나라들은 미국.영국.중국.프랑스.러시아,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대 상임이사국들이다.이들은 전체 무기의 86%를 공급했다.
개도국들이 구입한 무기중 약 7할은 세계 최빈국(最貧國)상위10개국이 사들였다.92년 현재 세계 빈곤인구는 약 13억명.
세계 빈곤인구의 3분의 2가 이들 10개국에 살고 있다.
여기서 몇가지 경우를 가정해보자.우선 개도국들의 92년 군사비의 12%인 1백50억달러를 앞으로 10년동안 보건분야에 돌리면 기초의료 혜택조차 못받고 있는 10억명에게 의료혜택을 줄수 있고,예방가능한 질병으로 사망하는 연간 2백 만 어린이들에게 예방접종을 실시할 수 있으며,오염되지 않은 음료수를 공급할수 있다.
또 개도국들 연간(年間) 군사비의 4%인 50억달러를 교육비로 전용(轉用)하면 성인 문맹률(文盲率)을 지금의 절반으로 줄일 수 있으며,여성 문자해독률을 남성과 같은 수준으로 올릴 수있다. 그리고 개도국들 연간 군사비의 8%인 1백억달러를 매년가족계획사업에 투입하면 현재 급격한 증가추세인 세계인구가 2015년에 가면 안정될 수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최근 발표한「94년 인간개발보고」에서 지구규모로 전개되고 있는 기아와 민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에 초점을 둔 인간우선의 개발을 강조했다.UNDP는 빈곤추방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소가 바로 군사비라 지적하고,군사중심의 종래 안보개념에서 경제.사회.보건.환경을 중심으로 한「인간의 안전보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UNDP는 또 현재 개도국 국가예산의 13%,선진국 정부개발원조(ODA)의 7%만이 인간우선 분야에 배정되고 있 다고 지적,두가지 모두 20%로 높이는「20-20 방안」을 제시했다.
다음달 11~12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유엔사회개발정상회의가열린다.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지난해 카이로 인구개발회의에 이은 지구규모의 모임인 이번 회의의 키워드는 인간의 안전보장이다. 유엔 창립 50주년 기념으로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 인류미래의 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새 지침(指針)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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