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새 장 열릴 것" 中 외교부장 詩 낭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회담 이틀째인 26일 6자 회담장 주변에서는 "잘될 듯하면서도 뭔가 꼬여있는 상태"라는 평이 지배했다. 전날 한국이 제안한 3단계 접근 방식에 북한이 관심을 보였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초보적이지만 뭔가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북한 대표단이 오후 8시40분(한국시간 오후 9시40분)쯤 기습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여전히 선(先) 핵포기를 요구한다"는 비난 섞인 발언을 하는 등 '밀고 당기는'전술을 선보이면서 아직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교차하기도 했다.

◇조심스러운 낙관 전망=취재진 사이에서는 "최소한 회담 정례화와 실무그룹 구성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 문건이 채택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기습 기자회견은 이런 전망이 아직 시기상조임을 일깨웠다. 미국의 원칙적 입장이 회담 진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비난성 발언으로 미국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대표진은 "북측이 회담장에서 꺼냈던 내용과 다른 게 없다"며 "더 두고봐야겠지만 자신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형식적인 것에 불과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치 않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의 중재 역할에 관심=오전에 열린 전체회의의 초점은 한국이 내놓은 단계별 해결 방안이었다. 북한을 비롯한 참가국 모두 한국측 제안에 대해 진지하게 의견을 제시했다. 러.북.미.일 순으로 진행된 전체회의 초반에서 각국은 모두 한국 제안에 긍정적 평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이 자리에서 "(북핵에 관한)협의가 이뤄지면 우리도 에너지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오전 9시30분(한국시간 오전 10시30분)에 시작한 회담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예정보다 1시간여 길어져 오후 1시30분 끝났다.

◇중국 외교부장 시 낭송=회담장 주변에선 두가지가 화제였다. 북한 김계관(金桂寬) 외무성 부상이 전날의 1차 전체회의에서 연설문을 배포하지 않은 채 원고를 읽어간 것과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이 만찬 자리에서 시를 읊은 것이다.

한국과 미.일.러 등이 각자 연설문을 배포한 것과 달리 金부상은 이날 간단하게 구두로만 입장을 밝혔다. "강하게 북한의 의지를 전달하려는 전술적 제스처"라는 평이 나왔다.

전날 오후 7시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만찬을 주최한 리자오싱 부장은 '우리의 인생은 비록 짧지만(人生雖然短暫), 역사는 우리에게 사명을 주었네(歷史獨有情鍾), 이 엄숙한 짧은 순간에(此一凝重的瞬間), 역사의 새 장을 여는 데 참여해(參與着歷史的形成)…. 우리가 평화와 우호를 주제로 한 교향곡을 써 연주하기를 나는 기원하네(我虔敬地祝福 把和平與友誼的交響譜成)'라는 시를 낭송했다.

이에 대해 "평소 리자오싱 부장의 문학적 소양이 드러난 것" "1차 회담 분위기가 좋아지자 중국이 더 기름칠을 하기 위해 일부러 만든 것"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베이징=특별취재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