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와 담 쌓은 아이? 엄마도 코칭 전략이 필요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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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부모가 등굣길에 초등생 자녀의 책가방을 점검해주고 있다.[중앙포토]

“허구한 날 게임이니? 차분히 공부 좀 하면 안 돼? 네 친구 형철이 좀 봐봐….” 부모는 공부와 담을 쌓아가는 아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결국 한바탕 전쟁을 치르며 아이와 관계는 더 멀어져 간다. 이때부터 아이는 ‘청개구리 전략’을 짠다. 게임을 하려고 방과 후 PC방으로 달려가거나, 친구 집을 전전한다. 거짓말까지 하면서 부모 눈을 피해 더 깊이 숨어든다. 이에 대해 학습전문 상담가들은 “엄마도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이의 행동 원인을 분석하고 상황에 적합한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아이의 학습 의욕과 능력 여부를 점검하는 게 우선이다.

 ◇의욕도 능력도 부족할 때=게임에 빠져 있는 오희룡(가명·중1)군은 공부를 귀찮게 여기고 학교 성적도 하위권이다. 이런 아이에겐 ‘지시형 리더십’이 필요했다. 지시형 리더십은 부모가 직접 아이에게 학습의 원칙과 방법을 정해 주는 지도방법이다.

 부모는 희룡이에게 계획한 대로 공부 양을 매일 해치우면 게임을 일정 시간 즐길 수 있게 허용했다. 약속을 실천하면 적절한 보상을 준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 때문에 속상해하는 부모를 기쁘게 할 수 있다는 희룡의 속마음을 건드리는 것. 오군은 결국 게임도 하고 부모도 기쁘게 해드리는 이중욕구를 충족하게 됐고 공부 욕심도 갖게 됐다.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는 “무조건 규제하기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으로 학습동기를 끌어내는 게 효과적이다”며 “시간을 두고 아이와 대화 분위기를 만든 뒤 마음을 움직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욕은 있는데 능력이 부족할 때=백운희(가명·초6)양은 수학 공부를 두려워해 중1 과정을 선행학습했다. 먼저 배워두면 성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려운 내용에 자신감만 잃고 수학성적은 늘 70점을 넘지 못했다.

 이런 운희에겐 ‘지도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부모가 길잡이 역할을 해주며 아이에게 학습 목표와 방법을 제시해 주는 리더십이 그것이다.

 아이가 자신감이 넘쳐 혼자 공부하겠다며 학원을 그만둔 뒤 성적이 더 떨어져 방황하는 사례도 이에 해당된다. 이 경우 의욕이 앞선 탓에 학습동기마저 잃는 일이 흔하다.

 이땐 부모가 공부 방법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꼼꼼한 설명과 확인 지도를 해줘야 한다. 결국 운희는 초등 6학년 학습과정으로 돌아와 수학점수를 90점까지 올릴 수 있었다.

 조기원 아시아코치센터 학습전문코치는 “부모가 아이의 학습방향을 바르게 안내해 줄 수 있는 정보 제공자가 돼야 한다”며 “아이와 친밀한 관계를 먼저 형성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능력은 있는데 의욕이 부족할 때=이런 아이들은 가정불화, 생계불안, 부모의 성적 압박 등 주변 상황이 안 좋은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때 전교 1등을 했던 김효숙(가명·중2)양도 비슷한 경우다. 집안 경제사정이 악화돼 중학교 입학 후 성적이 떨어지더니 학습 의욕마저 잃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주위의 상황이 악화되면 아이가 불안감에 쫓기거나 자존심이 흔들려 학습동기를 찾지 못한다. 관심을 보여줘야 할 아이를 학원에만 내맡겨 아이가 탈선하거나 성적이 더 이상 오르지 않는 사례도 이에 해당된다.

 이때 부모는 아이의 흥을 돋우기 위한 ‘격려형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아이가 주눅이 들면서 잃어버린 능력을 다시 발휘하도록 칭찬해 줘야 한다. 아이와 문제를 함께 상의하면서 결정하도록 하면 더 효과적이다.

 이소희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자녀교육 성공사례들의 공통점을 보면 부모의 사려 깊은 대화가 자녀의 정신을 살찌우는 에너지로 작용한 경우가 많다”며 “아이는 스스로 조절하는 잠재력을 갖고 있으므로 가족이 협동해 이를 일깨워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녀가 의욕과 능력이 모두 높으면 아이에게 학습방법 선택권을 위임하는 것이 좋다”며 "이때는 간섭하지 말고 점검 확인 수준의 모니터링만 해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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