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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계에 X세대 돌풍 중진들 긴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바둑계에도 X세대 돌풍이 일고 있다.4인방의 뒤를 쫓는 新4인방 그룹이 잠시 멈칫하는 사이 재빠른 속도로 바둑 상층부에 뛰어든 X세대.
돌풍의 주인공은 김성룡(金成龍.19)3단과 목진석(睦鎭錫.15)초단이다.지난 14일 김성룡은 올해 전적 11승1패.6일엔MBC제왕전에서 조훈현(曺薰鉉)9단을 꺾고 승자결승에 올라 기염을 토했고,13일 끝난 기성전 예선전에선 서봉 수(徐奉洙)9단등 강자들을 연파하고 본선리그에 진입했다.미국에 이민간 부모들과 떨어져 혼자 자취하며 산다.서태지풍의 반바지차림에 꽁지머리를 하고 다녔는데 지난 연말 기사회 감사인 김덕규(金德圭)6단이 기사실에서 머리를 잘라버리겠다고 가위를 들고 기다리자 미장원에 가서 스스로 머리를 잘랐다.18일 조훈현9단과의 대국때한손을 호주머니에 넣은채 비스듬히 앉아 대국해 『버릇이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심성은 대단히 착하고 서글서글하다는 평가인데 옷차림과 대국자세등은 영 제멋대로(?)여서 도장(道場)의 품격을 지키려는 까다롭고 보수적인 선배들의 울화를 돋우고 있다.
목진석 초단은 한국기원남자프로기사중 유일하게 80년대 태생이다.현재 가원중 2년.가락동에서 패밀리바둑교실을 운영하는 모친에 의해 네살때부터 바둑을 배웠다.지난해 8월 프로가 돼 10월부터 대회에 출전했는데 대뜸 올 8월에 열릴 롯 데배 한중(韓中)대항전 한국프로로 뽑혔다.이처럼 굵직한 대회에 15세 소년이 나가는 일은 이창호(李昌鎬)이래 처음이다.지난 13일의 기성전 예선결승전에서도 당당히 본선에 진입했다.올해전적은 9승2패.작은 대회는 지더라도 큰 대회는 꼭 이기는 싹수가 심상찮은,승부기질이 탁월한 소년이다.조기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전형적인 케이스라할 목진석은 목표가 이창호를 꺾는 것이다.
바둑계의 중진들은 입맛을 다시며 점점 할말을 잃어가고 있다.
9단이 초단에게 지는 것은 이미 흔한 일이 돼버렸다.게다가 새로 등장한 X세대는 바둑계의 전통적인 품격을 생각하면 영 마음이 들지않는다.그러나 승자우선의 승부세계에서 유망 주들을 놓고매너타령만 하고 있을 수는 없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朴治文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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