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받으면 직위 해제, 실명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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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시민 황모(50·자영업)씨는 21일 “구리시가 많이 썩은 모양이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창피해서 고개를 들지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국가청렴위원회가 17일 발표한 2007년도 청렴도 조사를 두고 한 것이다. 조사 대상은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지방교육청 등 전국 333개 공공기관이었다. 구리시는 전국적으로 300등대의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경기도 내 31개 지방자치단체 중엔 꼴찌를 기록했다. 2005년에도 전국 최하위였다.

 박영순(60·사진) 구리시장(대통합민주신당)은 이날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앞으로 민원인으로부터 뇌물을 받으면 액수에 상관없이 직위를 해제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며 전면적인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박 시장은 “공무원은 신분이 공무원법에 의해 보장되는 점 때문에 ‘철밥통’으로 비유되는데 강력한 제재를 가하지 않고는 철밥통을 깰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구리시청 공무원노조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시의 변화에 저항하기보다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박 시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다음은 박 시장과 일문일답.

 -공무원은 법상 신분이 보장되는데.

 “취임(2006년 7월) 이후 공직사회는 말로만 해서는 좀처럼 변화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 청렴운동을 수없이 강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원시적인 방법으로 부패에 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상반기 중 부패 공무원에 대한 제재 내용을 담은 조례를 제정할 예정이다. 내부 고발과 시민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공무원의 부조리를 신고할 경우 신고 금액의 10배까지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조례에 포함하겠다.”

 -금품수수자에 대한 처벌은.

 “금액을 불문하고 적발 즉시 직위 해제한 뒤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전 직원이 열람할 수 있도록 내부 전산망에 실명도 공개하겠다. 공무원법 내에서 가능한 최고 수준의 신분상 불이익을 줄 것이다.”

 -부패 소지가 있는 민원부서는 어떤 곳을 뜻하나.

 “국가청렴위 조사에서 토지·건축 관련 부서에서 민원인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3건이 적발된 것으로 안다. 18일 700여 명 전 직원을 대상으로 청렴 서약서를 받았다. 다음 달부터는 계약, 주택·건축, 식품·환경, 사회복지 등 4개 민원 부서에 청렴 직원을 배치할 방침이다.”

 -민원부서에 대한 관리 방안은.

 “다음 달부터 모든 민원이 접수되면 종료될 때까지 일일보고를 통해 처리 경과를 점검할 것이다. 민원 처리 1주일 후에는 민원인에게 전화를 걸어 금품 요구 및 수수 등의 비리가 없었는지도 확인할 것이다. ”

구리=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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