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언론학회상 받은 MBC 백종문P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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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수상소식을 들은 순간 제 프로 방송직후 피살된 탁명환씨 생각이 나더군요.』 「의혹,영생교를 벗긴다」편(94년2월15일 방송)으로 한국언론학회가 주는 언론상 방송본상을 받은『PD수첩』백종문(36)PD의 얼굴은 기쁨 아닌 숙연함에 덮여있었다.이프로에 출연,사이비종교의 폐해를 지적한 종교연구가 탁씨가 방송3 일후 과격파 영생교도의 칼에 숨졌던 비극을 상기해서다.
『혹시라도 제 프로 때문일까 송구스러웠습니다.탁씨 상가(喪家)에서 말없이 고개만 조아렸더니 유가족들은「더욱 좋은 프로 만들라」고 오히려 격려합디다.』 경력10년의 우직한 백PD지만「의혹…」는 의욕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던 작품.93년 살인도 서슴지 않는 광신도집단의 소문을 접했으나 그 얼마전 H기도원 보도로 신도들에게 큰 곤욕을 치른터라 접근을 포기했다.그러나 1년후 문제의 교주가 헌금을 가로채고 경찰마저 폭행했다는 제보를 듣고는『덤벼놓고 보자』는 각오로 영생교 본부에 뛰어든다.
부천에 건설된「영생교」의 광신적인 예배장면,『믿기만 하면 교통사고로 머리가 깨져도 산다』고 고집하는 신도들 모습이 화면에낱낱이 공개됐다.기록적 시청률(34%)로 성원해준 시청자들은 방송 다음날 『좀더 파헤치지 그랬느냐』고 아쉬움 섞인 격려를 쏟아줬다.언론 접근을 일절 불허했던 사교집단을 파헤친「대가」로백PD는 방송직후 정체불명의 협박전화에 시달렸으나 아직껏 탈없이 프로를 만들고 있다.
『공동제작한 김태현PD가 함께 수상 못해 아쉽지만「PD수첩」팀의 노고가 인정된 첫 상이어서 기쁨이 크다』는 그는『이 상이최근 PD비리수사로 손상당한 PD의 명예회복에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姜贊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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