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배경과 성격-지방선거 예선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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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임시국회가 열린다.20일부터 16일간이다.민자당이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당초 민자당은 3월소집을 주장했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유럽방문 일정때문이었다.金대통령은 3월2일에 출국해 15일에 돌아온다.하지만 민주당의 공격이 따가웠다.수십년만의 가뭄에 대한대책 마련을 주장하며「민생외면」이라고 공격하는 것을 외면만 할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민생을 명분으로 열리는 만큼 역시 가뭄이 주요 안건이다.최근논란거리로 등장한 행정구역개편 문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작년말 정기국회에서 논의하다가 중지된 한국은행법개정과 비경제부처의개편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농어촌대책마련 도 현안의 하나이고 선거구획정위도 임시국회 회기중에 가동된다.경기도에서 드러난 행정선거 의혹도 다뤄질 것이다.
그러나 이번 국회의 가장 큰 특징은 金대통령의 2년치적에 대한 평가의 장(場)이란 점이다.金대통령은 회기중인 25일 취임2주년을 맞는다.평가는 6월의 지자체선거에 바로 반영될 전망이다.그래서 이번 국회는 선거의 전초전 성격도 있 다.
선거 때문에 여야는 상대에 대한 비교우위를 국민에게 보여줘야한다는 절실한 필요를 가지고 있다.팽팽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양측은 안건마다 첨예하게 대치할 자세다.그러면서도 민자.민주 양당은 관심이 김종필(金鍾泌)신당과 신민당에 분산되는 것을막기위해 철저하게 자신들 중심으로 회의를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시국회의 최대변수 역시 金대통령의 취임 2주년과 관련이있다.그의 정치스타일로 봐서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같다.그는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면 공동으로 경제개발을 하겠다』고 제의했다.金대통령이 대 형 이슈를 던질 경우 그 투척점은 당연히 국회다.정치권은 한바탕 소용돌이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대표연설은 많은 변화를 보이게 된다.이기택(李基澤)민주당대표는 의원직사퇴서 제출로 단상에 설 수 없는 형편이다.대리연설은 김원기(金元基)수석최고위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11대국회 당시 한국국민당의 김종철(金鍾哲)총재가 낙선, 원외여서 이만섭(李萬燮)부총재가 대신 연설한 전례가 있다.민자당으로서는 이춘구(李春九)신임대표를 선보이는 자리가 된다.
임시국회는 민자당 새집행부의 시험무대이기도 하다.쉽지 않을 것이다.새체제의「물리적」세대교체 시도는 당내외의 많은 인사들이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특히 김대중(金大中)이사장의 반격이주목된다.
동교동계 의원들의 전의(戰意)는 높아보인다.이춘구대표-김덕룡(金德龍)총장체제에 대한 여권내 중진그룹의 견제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경우는 눈에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임시국회가 내실을 거둘지는 불투명하다.회기중인 24일 민주당은 정당의 가장 큰 행사인 전당대회를 갖는다.의원들의 관심도 지역구챙기기와 선거준비등에 집중된지 오래다.무엇보다 대통령이 출국 한다.관련장관들도 수행한다.심도있는 국정심의는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정치시즌을 여는 올해의첫국회인만큼 출발은 미미해 보여도 가연성(可燃性)은 충분한,그래서 정치적으로는 주목되는 임시국회라고 하겠다.
〈金 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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