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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식품안전 자신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보건복지부는 15일 오는 98년까지 식품의 유통기간을 단계적으로 업계자율로 하는 식품유통기한 제도개선안을 발표했다.보사부의 이러한 방향전환에는 타당한 일면이 있다.제조.가공기술 수준,포장기술,유통체계등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는 식 품의 안전유통기간을 일률적으로 정해 놓는 것은 분명히 문제다.그것은 좋은제품마저 폐기되게 해 자원의 낭비를 가져올 뿐 아니라 보존기간연장등 각종 식품개발 의욕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문제점을 지닌다. 지난해 미국산 소시지의 폐기를 둘러싼 한미(韓美)간의 통상마찰때 쟁점이 되었던 것도 이 일률적인 유통기한이었다.미국은소시지에 이어 현재 육류제품의 유통기한에까지 시비를 걸고 있다.한국의 법규가 국제추세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획일적인 유통기한의 폐지는 장기적으로 불가피하지만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결코 서두를 일은 아니다.과연 현재 우리 업계의 기술수준.유통체계.
기업윤리가 유통기한을 자율에 맡겨도 좋을 만큼 발 달되어 있고건강한가.그렇게 해도 좋은 품목도 적지는 않겠으나 전체적으로 볼 때는 아직도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못되는 것이 부인하지 못할 현실이다.이런 현실에서 어느 한쪽의 논리만 좇아서,더구나전혀 다른 환경속에 있는 나라의 통 상압력에 굴복해 갑자기「자율」로 정책전환을 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유통기한의 자율화에 따라 변질.불량식품이 범람할 가능성에 대한 보사부의 대책은 고작 사후적 처벌강화와 리콜제도 도입 뿐이다.이것이 안전장치가 될 수 있을까.현재도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이 숱하게 나돌고 있지만 사실상 아무런 단속도 못하고 있지 않은가.또 기한 지난 식품을 유통시키고 있는게 단지 중소기업만이 아닌 것이 엄연한 우리의 현실이지 않은가.
유통기한의 국제적 기준은 있을 수 없다.똑같은 식품이라도 그나라의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따라서 장기적 목표를 「자율」로 잡는 것은 좋지만 단기적으로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해안전성을 확신할 수 있는 품목에만 제한을 풀어 야 한다.통상압력에 굴복해 국민의 건강까지 내주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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