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바뀐 정부부처 ‘약칭’ 어찌 하오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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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부처 약칭을 ‘보복녀부’(보건복지여성부)로 해야 하나요?”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라 여성부와 합쳐지는 보건복지부 공무원의 하소연이다. 그는 “이런 황당한 이름을 어떻게 부르냐”고 말했다.

부처들이 새 이름 짓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러 부처가 섞이면서 이름이 복잡해지는 바람에 약칭과 영문 이름 만들기가 간단치 않은 것이다.

산업자원부에 정보통신부·과학기술부의 일부 기능을 합친 ‘지식경제부’는 그동안의 관행대로 부르면 약칭이 ‘지경부’가 된다. 하지만 ‘이 지경이 된 부서’라는 어감이 있어 난감하다는 것. 그렇다고 ‘지식부’ 또는 ‘경제부’로 하자니 부처의 정체성을 제대로 담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합쳐진 ‘기획재정부’도 마찬가지. ‘기재부’로 하자니 ‘문서를 기재(記載)하는 부서’를 연상시킨다. 그렇다고 ‘기획부’로 하자니 재경부 출신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행정자치부·중앙인사위원회·국가비상계획위원회를 합친 행정안전부도 고민이 크다. ‘행안부’로 하자니 ‘휑한’ 느낌이 들고, ‘행정부’라 하면 정부 전체를 지칭하게 된다. ‘안전부’도 어색하다. 인재과학부(인과부), 국토해양부(국해부)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수위 곽승준 위원은 “우리는 실용정부이기 때문에 줄임말이 어떻든 개의치 않는다. 그냥 전체 이름을 부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문 이름 짓기도 만만치 않다. 인수위가 밝힌 지식경제부의 영문 이름은 ‘Ministry of Knowledge-based Economy’. 혁신형 경제로 나아가자는 한글의 심오한 뜻이 반영되지 않은 데다, ‘knowledge’(지식)라는 단어가 구태의연하다는 지적이 있다. 해당 부처는 대신 ‘innovation’(혁신)이라는 단어를 쓰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문 명칭으로 ‘Ministry of Health, Welfare, Gender Equality and Family’를 쓰게 될 보건복지여성부는 이름이 너무 길어 문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외국인들에게 소개할 때 애를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처가 여기저기로 쪼개지고 합쳐지면서 정부과천청사 건물을 어떻게 쓸지도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예컨대 과천청사 3동을 함께 쓰는 산업자원부(5~8층)와 농림부(1~4층)는 이번 조직 개편으로 둘 다 덩치가 커지게 되면서 서로 상대방을 쫓아낼 논리를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의전 서열에서 농림부가 앞서는 데다, 예부터 ‘사농공상(士農工商)’이란 말이 있지 않았느냐”고 주장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7% 성장 공약을 추진할 부서가 남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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