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농담 … MB, 인수위 격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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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들과 저녁을 함께했다. 지난해 12월 26일 인수위가 출범한 이래 처음이다.

 인수위는 전날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새 정부 국정운영의 얼개를 만든 셈이다. 그동안 정부 전 부처를 대상으로 업무보고를 받기도 했지만 개편안 발표는 구체적인 성과물로는 첫 작품이다. 당선인의 한 측근은 “그동안 고생한 인수위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만찬은 일종의 ‘번개 모임’이었다. 이 당선인이 오후 늦게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저녁 식사나 하자”고 연락해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자리였다고 한다.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200m쯤 떨어진 중식당에 30여 명 정도가 모여 두 시간여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했다.

 이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휴일도 없이 격무에 시달리면서 정권 인수·인계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고 있어 고맙다. 남은 기간도 잘 부탁한다”거나 “인수위가 기본적인 것들도 중요하게 잘 챙겨 달라”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전날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서도 좋게 평가한 뒤 “어려운 점도 많겠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며칠 전 인수위 보고 때 “이런 보고서는 정부 부처의 베테랑급 국장이 한두 시간이면 만드는 것 아니냐”고 인수위원들을 몰아친 적이 있었지만 이날은 웃음과 농담이 오갈 만큼 풀어진 자리였다고 한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당선인이 자신의 어린 시절과 미국 체류 기간에 겪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며 “민감한 사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 인수위원은 “이 당선인이 과거의 경험이나 해외 생활을 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털어놓아 여러 차례 웃었다”며 “오랫동안 봐왔지만 이런 경우는 당선인이 아주 기분이 좋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이 당선인과 일한 지 오래 안 돼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참 인간적인 느낌을 받았다”며 “대선 때 이런 면모를 보여 줬더라면 지지율이 10%는 더 나왔겠다”고 전했다.

 이 당선인은 이날 오전에도 인수위 사무실을 ‘깜짝 방문’했다. 오전 9시쯤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로 향하다 갑자기 차를 돌렸다고 한다. 인수위 사무실에 들른 그는 이경숙 위원장 등 인수위원들을 만나 “정부 부처가 폐지되거나 합쳐지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민적인 시각에서 봐야 한다”며 “기능 재편이 (조직 개편의) 중심인데 (공무원들이 자기) 자리만 갖고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남궁욱·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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